각종 영양소 풍부 ‘기능성 식품’ 인식 전환 필요
판로, 국내시장 국한 말고 해외로 시야 넓혀야
경기도 김포·고양·여주 등 곳곳에서 발견된 탄화미는 약 3천∼5천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청남도 부여는 약 2천600년 전, 경상남도 김해는 약 1천900년 전으로 보고 있다. 즉, 우리나라 벼농사는 한강유역 경기도에서 시작되어 한반도 남부로 전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경기미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지역적 특색을 살려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평택의 ‘슈퍼오닝’쌀이다. 슈퍼오닝은 국내 최초로 전자태그(RFID) 방식의 이력추적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2007년 미국을 시작으로 독일, 호주 등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현재 경기미 중 가장 많은 수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여주시는 2006년 정부로부터 전국 최초로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7년엔 ‘여주쌀 지리적표시제’를 시작했다. 지리적 표시제란 원산지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안성시의 ‘안성맞춤 쌀’은 ‘고래실’에서 재배한 쌀이다. 고래실은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논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토양검사를 통해 유기물과 점토질 함량이 기준치 이상 되는 땅에서 재배된 추청(秋晴)벼를 사용한다. 경기도가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일구구Rice’도 빼놓을 수 없다. 199가지 잔류 농약과 중금속함량 기준이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준의 50% 이하로 더 엄격하며,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문된 수량만큼만 출하한다.
이렇게 안전하게 생산된 맛있는 쌀이 안타깝게도 최근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4년 130㎏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84년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쌀 소비량 감소는 쌀 재고량 증가로 이어지고 농가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쌀 소비를 늘리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쌀을 단순히 매일 먹는 음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효능을 가진 기능성 식품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쌀은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가 균형 있게 함유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밀이나 옥수수보다 2배 이상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매우 유익하다. 밀가루와 달리 혈당을 서서히 올렸다가 내려주어 당뇨가 있는 사람들에게 좋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이런 쌀의 장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다. TV, 라디오는 물론 최근 트렌드에 맞춰 SNS 및 모바일을 통한 홍보를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다양한 쌀 요리법을 개발하고 품평회, 시식회 등을 통해 생활 밀착형 홍보를 병행한다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쌀 관련 가공산업의 발전도 필수적이다. 우리보다 앞서 쌀 소비 촉진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 밀가루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해 사용하자는 ‘R10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선두주자격인 니가타 현에서는 1970년대부터 미분기술 개발에 착수하였고 2003년 쌀가루를 이용한 빵을 초등학교에 급식으로 공급하면서 전국으로 R10프로젝트가 확산되었다.
나아가 전통적인 식품 산업에 안주하지 말고 화장품, 바이오에너지 소재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쌀은 수분 보유력이 좋고 미용효과가 뛰어나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거듭나고 있으며, 쌀과 그 쌀을 생산하고 남은 겨는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장 또한 국내시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해외로 시야를 넓혀 나간다면 쌀은 녹색혁명 이후 가장 큰 변화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경기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송유면 경기도 농정해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