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넓은 땅·적당한 인구
위치 좋아 상업·산업 활발
늘 활력 넘치는 스페인을 보고
관광 진작위한 인천의 시도
과연 세계인에게 먹힐수 있을지
객관적·글로벌 시야로 돌아봐야


얼마 전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는 딸아이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습니다. 가기 전 돌연 큰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그건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바로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나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유럽 국가에 들어가려면 입국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찍 공항으로 나갔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의 출국절차도 까다롭지 않았고 사람들로 붐볐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유럽 대표 허브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나, 목적지인 마드리드에 들어섰을 때에도 한국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세심하게 체크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스페인 입국 심사원은 한국에서 날아온 몇 쌍의 신혼여행객들에게 오히려 먼저 친근한 농담을 걸며 아예 노골적(?)으로 반가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럽 한복판의 가장 혼잡하다는 공항에서의 환승시간이 두 시간 정도여서 빠듯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고, 도착시간이 자정 가까운 시간이라 입국이 지연되면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이 택시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도 기우였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은 쌩쌩하게 달렸고 활기 있는 표정의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스페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수도 마드리드의 이러한 심야 활기 또한 제겐 의외였습니다. “실업률 25%에 이른다는 나라에서 이 시간에 이런 분위기라니….”

이처럼 이번에도 나라밖 세상은 제가 판단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깥세계의 실상은 제 예단과 추측을 넘어섰습니다. 투박한 이념과 설익은 지식으로 밖의 세상을 내다보고 해석하려 했던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알아차렸던 것이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이후 20년 이상이 훌쩍 지났지만 제 글로벌 시선은 이처럼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한 것입니다.

마드리드에서 며칠 지낸 후 남부 세비아 등 몇 개 도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는데, 여행 내내 스페인은 제게 매우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시와 시골 풍경 모두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고, 길거리 사람들의 행색이며 지하철에서의 대화 모습 등도 그냥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것이나 낯선 것에 대한 이물감이나 생경함이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스페인은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땅은 충분히 넓었고 인구도 적당히 많은 편입니다. 위치가 좋아서 상업이나 산업의 중심이 될 만한 공간을 많고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도시는 늘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종이 뒤섞여 새로운 문화로 발현되고 다양한 예술활동이 감각적으로 표출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런 조건은 스페인 지역이 주변 세력들이 늘 욕심을 부릴만한 대상이었고, 그래서 내외 전쟁과 갈등이 늘 잠재되어 있던 곳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가 경험했던 스페인 지역을 곰곰이 되씹으며 다시 인천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 도시인가? 내가 돌아본 스페인 도시들의 활력과 장점은 인천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들인가? 관광 진작을 위한 지금의 접근은 과연 세계 사람들에게 먹힐 수 있는 방략일까?

우선 객관적 시선과 글로벌 시야로 인천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종합적 시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일 것입니다. 우리만의 장점을 그저 우리식으로 해석해댄다면 그건 객관적 사실이나 긍정적 조건으로 작동하지 않을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제 자신과 인천을 제대로 따져보기, 이번 여행이 또다시 제게 준 소박한 교훈이었습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