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아빠'로 불리는 송한조(34·인천의제21 에너지·폐기물분과위원)씨는 이런 점에서 외롭다. 그는 지렁이만이 오염된 인간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런 생각없이 먹고 버리고 하는, 환경문제는 나와는 관계없는 남의 일 정도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의 사고방식과는 분명 다른 구석이다.
“지구상 생물체 중 자기 몸무게 만큼의 양을 먹어치우는 것은 지렁이 밖에 없습니다. 지렁이는 특히 인간세상에서 나온 쓰레기를 온 몸으로 소화시켜 무공해 퇴비로 만들어 냅니다.”
송씨가 지렁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인하대 산업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한 그는 지난 97년 인천대 폐기물처리연구센터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물 처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단다. 폐기물 처리의 핵심은 분리수거. 특히 음식물쓰레기의 분리수거를 강조하다보니 이들 쓰레기를 100% 소화해 내고 이를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지렁이 연구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 생활에서 나온 하수를 처리하고 남은 하수슬러지를 해양투기하거나 매립하는 게 고작이지 퇴비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지렁이는 이 하수슬러지까지도 퇴비로 만들어 내는 무서운 정화력을 가졌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지렁이는 자연과 인간이 그 생명의 뿌리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단체 '풀꽃세상'으로부터 2001년 6월 제7회 풀꽃상 본상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지렁이가 수상자로 결정되기는 했지만 이 상을 받은 단체나 사람은 없었어요. 지렁이를 연구한다고 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도 지렁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렁이를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주최 측은 생각한 것입니다.”
지렁이에 대한 연구가 6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지금까지는 지렁이를 낚싯밥으로 생산하거나 토룡탕 등 보신용으로 연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들어서야 지렁이를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산업으로까지는 확대된 것은 아니란다.
지난 95년에 전국에선 처음으로 여주군이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한 뒤 몇 몇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문제 해결에 지렁이를 이용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이 대표적인 경우. 송씨가 다니는 회사가 남해군의 음식물쓰레기와 하수슬러지를 지렁이를 이용해 100% 처리하고 있다. 남해군에선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4t 가량과 하수슬러지 2t 정도가 나온다. 이 것을 지렁이가 분해하고 퇴비로 만들면 농민들이 가져다 농토로 쓴다. 하루에 나오는 지렁이 배설물은 1t 정도. 지렁이 배설물인 분변토는 지력(地力)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 방식으론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쓰레기 처리시스템을 보기 위해 지난 해에만 2천여명이 다녀갔다.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상당한 교육적 효과도 거둔 셈이다.
송씨의 가장 큰 관심은 가정에서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해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신도들을 중심으로 가정의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를 이용해 처리하는 것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지렁이를 키우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100% 처리하면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는 것 뿐만아니라 환경문제 해결에도 일대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의 생각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쓰는 모든 동력원을 태양열이나 풍력, 지열 등 자연에너지로 대체해야 근본적인 환경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해엔 인천대공원과 인천시 남동구 소래 수도권해양생태공원에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자연에너지 홍보용이지만 보완하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올 해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설과 태양열을 통한 발전설비를 소래 해양생태공원에 설치해 이 곳의 '생태학습관'을 자연에너지관으로 꾸밀 계획도 갖고 있다.
“지렁이를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앞으론 공공기관을 완전한 생태파크 형태로 만드는 일에도 앞장설 생각입니다.”
지렁이는 50㎝ 두께의 지구를 두 번이나 갈아 준 것으로 알려질만큼 땅을 숨쉬게 해왔다. 이 지렁이에 매달리는 송씨와 같은 '지렁이 아빠'들이 있는 한 지구의 환경문제 해결은 멀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