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중국 중앙방송(CCTV)에선 뉴스시간마다 ‘시라, 시라’ 소리가 튀어나온다. ‘그리스’의 한역(漢譯)인 ‘希臘(희랍)’을 그렇게 발음하는 거다. 일본 TV에선 또 ‘기리시아, 기리시아…’다. 그리스 신화도 ‘기리시아 신와’라고 한다. 그 신화의 나라, 사람 나라보다 격조가 드높은 그리스가 그만 국가채무 불이행(default)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 빚 17억 유로를 갚아야 할 시한인 6월 30일을 넘겨버린 것이다. 어쩌다가 국가적인 자존심이 최고인 나라 그리스가 그렇게 형편없이 망가진 것인가. Greece는 그리스어로 Ellas(엘라스) 또는 Hellas(헬라스)고 옛 국명이 헬라스다.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는 그레키아(Grecia)라 부르고 영어 Greece와 Greek(그리스인)은 라틴어 그레키아(Graecia)에서 왔다. 중국의 希臘(시라)은 Hellas의 한역이고….

옛 국명인 Hellas가 고대 그리스의 부족 명칭인 Hellen에서 왔다고 해서 자기네를 ‘헬레네스(Hellenes)’라고 부르는 그리스인의 자존심은 대단하다. Greece와 Greek의 어원부터 ‘고지(高地) 사람, 명예로운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고대 서양문명이 바로 로마문명과 함께 꼽히는 그리스문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대 서양문명의 근원이자 모체, 유럽 문화의 발상지가 그리스다. 영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양 언어부터 그 70%가 라틴어에서 왔고 라틴어는 또 고대 이오니아 문자→그리스 문자→페니키아 문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소포클레스의 비극 시로 비롯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은 서양 문학의 원천이고 고대 아테네의 헬라스 학원, 즉 그리스 철학은 서양 철학의 근원이다. 서양 건축 미술 연극 음악도 그렇고 민주주의의 효시, 오늘날 정치의 원본도 그리스다.

그런 그리스가 국가 파산한 이유가 뭘까. 그들은 나라가 파산할 뻔한 길을 간 거다. 덜 내고 더 받기, 증세 없는 과도한 복지였다. 팽창하는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 전 공무원노조와 국가기간산업 노조가 총파업을 벌였고…. 그러고도 멀쩡할 수는 없다. 글로벌 경제에 파장이 크다. 한국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