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야심찬 중장기 전략
‘일대일로’·‘AIIB’ 창설…
한국은 건설·물류 경쟁력으로
많은 이점 얻을 수 있지만
中 경제시스템 변화에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는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 동안 연평균 9.7%가량의 고성장 시대가 주춤하자 ‘새로운 정상적인 상태’ 인 한 자릿수 성장률이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인 ‘뉴노멀’ 시대로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뉴노멀 정책의 주요특징으로 서비스 산업 발전과 도시와 농촌 등 지역차이 감소 등 소비 진작을 위한 사업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의 첫해인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는 지난해 7.5% 안팎보다 대폭 낮아진 7.0%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경기 둔화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6월 27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준율 인하는 올 들어 이번까지 세 번째가 된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초강수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해 중국정부가 매우 비상 상황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정책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하여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지난 2013년 야심차게 제시한 초대형 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 구상이다. 중국 중서부,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를 포함한다. 2049년 완성을 목표로 하며 인프라 건설 규모는 1조400억 위안(약 185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이 중심이 되어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도 이 때문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AIIB같은 중국의 야심찬 전략은 중국 및 주변 국가들에게 투자와 개발 기회와 동시에 정치·경제·안보 등과 관련하여 주변국들과 갈등관계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중국의 급박한 경제 변화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중국은 이웃 나라이며 이제 한국의 무역과 투자규모 1, 2위를 다투는 중요 국가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문화 정서적으로도 많은 유대감이 있다. 최근에는 한류 드라마와 한류 스타 등으로 인해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높은 편이며, 특히 한국 화장품 산업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7천300억 달러(약 817조2천350억원)를 출자할 예정으로 우리나라가 역내 회원국 57개국 가운데 전체 5위의 지분율을 확보하여 AIIB에 교두보를 확보하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AIIB 설립으로 한국은 물류·건설·교통 측면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시발점이며 종착이 되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의 뛰어난 건설과 물류 산업 경쟁력으로 중국 개발 사업에 여러 이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경제 시스템 변화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알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저성장 기조에 대비하여 무역 다변화 정책도 고려해야 하며, 중국을 과거의 저개발 국가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알리바바 그룹 등 중국은 IT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와 있으며, 가전,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국제무대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력이나 품질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제품들이 많이 있으므로 중국의 이러한 국가 전략을 잘 활용하여 중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으로까지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야 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이 서울에서 신의주를 거쳐 베이징 부근인 열하에 육지로 간 것처럼 우리도 육로로 유라시아 대륙을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암선생의 열하일기에서 ‘수레는 아무리 먼 곳이라도 못 가는 데가 없다’고 하신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김순홍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