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생한 메르스는 내수시장을 위축시키고 북적이던 중국인 관광객도 자취를 감추게 만들었다. 학교급식용으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도 판매되지 않아 농업인이 어려움을 겪는 등 그 여파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 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내수시장이 침체 되면서 농산업분야 중 화훼산업이 가장 먼저 위축되고 있다. 삼국유사에 헌화가를 보면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꽃을 사용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인류 전체의 풍습이다.

이런 꽃이 메르스의 영향으로 큰 위험에 빠졌다. 최근 우리나라 1인당 꽃 소비 금액은 연간 1만4천500원으로 2005년 2만900원 보다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주요 꽃 소비국인 노르웨이가 16만원, 스위스 15만원, 네덜란드 1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안팎으로 차이가 난다.

이는 우리나라의 꽃 소비 형태와 관련이 있다. 가정과 직장 등에서 일상적으로 꽃을 소비하는 나라들에 비해 우리는 졸업, 입학, 생일, 승진, 이사 등 선물용과 경조사 용도로 85.2%가 사용되고 있다. 생활 속에서의 자연스런 꽃 소비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나마 꽃을 소비하던 선물용 꽃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 화훼관련 종사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꽃은 사람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심신의 안정과 스트레스를 완화 해주는 존재다. 요즘 같이 메마르고 파괴적으로 변해버린 현대사회에서 꽃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에 꽃 소비를 촉진하고 생활화하기 위한 몇 가지를 제안 한다.

첫째, 소비자가 꽃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 및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꽃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도시공간 및 상자 텃밭에 꽃을 심어 가까이 할 수 있는 도시농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둘째, 복잡한 화훼유통구조를 생산·소비자 중심의 유통구조로 단순화할 수 있는 시장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힐링 꽃 등 소비자 욕구에 부응하는 신품종을 개발하고 다양한 꽃 축제, 스토리텔링, 이벤트 등을 통한 수요처를 개발해 생활 속에서 꽃을 즐기고 공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일반 광고나 행사 중심의 꽃 소비 홍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일례로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꽃 관련 내용이 자주 보일 수 있도록 하고 배우들의 대사에 꽃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자연스러운 꽃 홍보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읽은 혜민스님의 책 중 ‘복권 대신 꽃을 사보세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꽃 두세 송이라도 사서 모처럼 식탁위에 놓아보면, 당첨 확률 백 퍼센트인 며칠간의 잔잔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라는 내용이 떠오른다. 최근 경기도 공직사회에서는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과 매달 마지막 주에 문화 공감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업인을 위해서 또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정성이 담긴 작은 꽃다발을 선물한다면 두 배의 기쁨과 함께 꽃을 생활화하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김순재 道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