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가뭄도 심하지만, 북한은 더하다. 올해 북한 가뭄은 백년만이라고 했다. 중국 CCTV도 4일 ‘조선이 백년만의 큰 가뭄을 만났다(朝鮮遭遇 百年不遇特大干旱)’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백년가뭄 같은 그런 가뭄이다. 하천과 저수지가 마르고 약 40%의 논바닥이 말라붙었는가 하면 수력발전량도 줄였다는 게 엊그제까지 평양에 체재했던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담당자의 증언이다. 그럼 식량 사정은 어떨까.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의 자이드(Zeid) 고등판무관은 지난달 27일 북한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했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고 CNN이 보도했고 세계식량계획 간부는 “1990년대에도 50만명이 굶어 죽었지만, 현재 북한 어린이의 3분의 1이 영양실조”라고 전했다. 지독한 가뭄과 굶주림과 영양실조, 그게 오늘의 북한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가뭄 극복 협조 제의엔 무반응이더니 엉뚱한 이란에 도움을 청했다. 핵 보유 동질감과 무기거래 등으로 다진 친밀감을 믿었던 건가. 하지만 이란은 미국과의 핵 폐기 마지막 수순 중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핵 포기는 절대로 없다고 했고 유엔인권사무소 서울 개설을 맹비난, 험담을 퍼붓는가 하면 대학생들의 순수한 스포츠 제전인 광주 유니버시아드에도 불참했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지 ‘라 나시온(La Nacion)’이 지난 1월 12일자에 ‘빛나는 한국, 어둠의 북한’이라는 이례적인 사설을 썼다. 미 항공우주국(NASA) 관측위성이 작년 성탄절 전야에 촬영한 불야성의 남한과 암흑의 북한이 극명히 대조되는 한반도 사진과 함께 쓴 장문의 사설에서 ‘GDP의 30%를 핵과 생화학무기 증강에 쏟아 붓는 북한엔 총만 있지 버터는 없다’고 했다.

생지옥(living hell)을 중국에선 ‘살아 있는 지옥(活地獄)’이라고 한다. 독일 출생 프랑스 오페라 작곡가 오펜바흐(Offenbach)의 대표적인 오페라에 ‘천국과 지옥’이 있지만, 한반도 남북이야말로 천국과 지옥의 현저한 대비다. 그리스신화의 지옥엔 ‘히드라(Hydra)’라는 머리 50개 달린 뱀이 있지만 북한에도 그런 괴물이 있는 건 아닐 테고 찬란한 남측 불빛이 북녘까지 밝힐 순 없을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