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의 지혜의 신이자 수도 아테네(Athenae)의 수호신인 아테네가 파르테논신전의 기둥을 부여잡고 통곡을 할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그리스의 지혜가 이토록 무너졌느냐!’고. 인류역사의 4대성인 또는 5대성인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의 나라가 그리스다. 거리의 철인으로 민중 계발(啓發)과 감화에 힘썼고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하다가 신을 모독하고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로 독 당근인 헴록(hemlock)독배를 마시고 숨졌지만 그의 마지막 가르침이 채무 이행, 빚은 갚고 죽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그리스는 국가 채무불이행(default)에다가 ‘구제금융 대가로 긴축재정을 꾸리라’는 EU채권단의 제안에 국민투표로 맞서 반대를 해버렸다. 노년층은 대체로 찬성했지만 41세 총리 치프라스의 선동에 젊은 층이 반대표를 던진 거다. 이제 더 이상의 지원도 끊기고 EU에서 탈퇴할 경우 그리스는 어떻게 될 건가.

그리스의 자존심은 알파벳(alphabet)부터다. 알파벳이라면 고대 로마자 ABCD…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알파 베타 감마…’로 시작해 ‘프시 오메가’로 끝나는 그리스 문자 24자 중 첫 알파와 베타가 알파벳이다. 알파벳이 없으면 로마 문자를 비롯해 ㄱ ㄴ ㄷ ㄹ…도 한글 알파벳이라 부를 수 없다. 언어를 적는 문자의 총칭이 알파벳이고 무엇보다도 ‘alphabet agency’라고 일컫는 UN USA NASA 같은 대문자 머리글자 표시의 명칭부터 불가능하다. 알파벳이 없으면 EU도 없고 모든 시작과 끝을 ‘알파에서 오메가’라고 하지 않던가. 성좌 중에서도 가장 밝은 항성이 알파성(星)이고 원자핵에서도 알파입자가 없으면 반응이 불가능하다. 알파파(波)는 어떤가. 긴장을 푼 휴식 중에 뇌의 후두부에서 나오는 전류가 알파파다. 알파벳이 없으면 EU도 없건만 그리스의 국운이 EU에 걸렸으니 그 얼마나 지독한 아이러니인가.

‘유럽의 알파’ 그리스가 끝장의 오메가로 전락하다니! 전 세계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에다가 주가는 깡그리 폭락했고 ‘EU의 제의에 반대한 결과는 아마겟돈(최후의 전쟁)과 같은 결말을 부를 것’이라는 게 마르틴 슐츠(Schulz) 유럽의회 의장의 경고다. 쿠오바디스 그리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