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최종심에서 사형선고를 하고도 집행하지 않는 건 사형이 아닌 거짓, 허위다. 그건 지엄(至嚴)한 법이 대표적으로 앞장서며 ‘여기 좀 보라’는 듯이 법을 어기는 불법, 탈법, 위법, 비법이고 대국민 우롱과 속임수―기만술에 불과하다. 한국은 사형 확정선고만 하고 집행은 않는 실질적, 사실상 사형제 국가가 아니다. YS 정권 후 수십 명의 사형수가 집행을 모른 채 국민 혈세로 법의 극진한 보호를 받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도 생뚱맞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국회의원 171명이 사형제 폐지법을 발의했다는 건 어이없는 짓이다. 그들의 뜻이야 사형집행 여부가 아니라 아예 사형선고 자체를 없앤 채 무기징역까지만 시키자는 것이고 그래서 인권 선진국으로 가자는 거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자기 가족이 토막살해를 당해도 그 흉악범 인권을 존중하자는 건가. 그건 인권이 아닌 ‘수권(獸權)’이다.

미국이 인권 후진국인가? 미 연방대법원이 ‘약물에 의한 사형집행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건 바로 지난달 29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3일 전 동성혼 합헌 판결 때와 같은 5대4의 판결이었다. 미국의 일반적인 사형집행 방법은 약물 주사다. 먼저 마취약으로 사형수가 의식을 잃게 한 뒤 근육이완제로 호흡을 정지시키고 최후에 심장 동작을 멈추게 하는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일본 또한 인권 후진국인가? 일본 나고야(名古屋)교도소는 지난달 25일 잔혹한 살해범인 간다 쓰카시(神田司·44)의 사형을 선고 6년 만에 집행했다. ‘법이 왜 흉악범을 보호하는가. 피해자의 눈높이로 심판해 달라’는 피살자(딸) 모친의 사형집행 호소 서명운동에 33만3천명이 동참한 결과였다. 중국도 지난 2월 재계 거물 류한(劉漢)을 살인죄로 집행했고 인도네시아도 지난 1월 마약사범 6명을 총살 집행했다.

사형 집행의 경종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살인범이 범행 순간 자기도 곧 죽을 거라고 자각케 할 필요가 있다. 171명의 국회의원 나리! 보기에도 지겹도록 한가한 사람들 아닌가. 시급한 민생법안 등 처리는 1년 넘게 보이콧 했으면서 지금이 극악무도한 흉악범 인권 따위나 들먹거릴 때인가. 실제로, 사실상 없는 사형제를 없애자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