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장규모 1조원 달해
직장 은퇴자·주부·노년층에
새 소득작물로 떠올라
농촌에서만 재배 고정관념 깨고
일자리 창출·고부가가치 올리는
새로운 도시농업으로 육성해야

국내 농산물 최고가 기록이 다시 경신되었다. 자그마치 1억2천만원이다. 지난 6월 24일 열린 한국춘란 경매 1주년 기념경매에서 단엽중투호인 ‘태황’이 1억2천만원에 낙찰되었다. 혹자는 “단군 이래 최고가 농산물”이라고 한다. 지난해 6월 최초의 춘란 공개경매에서 5천300만원짜리 춘란이 탄생하면서 많은 애란인이 “억대 춘란 탄생이 머지않았다”고 했었다. 올해 1월 사상 최초로 억대 춘란이 탄생하였고, 이번에 다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억짜리 춘란 구경 한 번 하자”는 사람들로 경매장이 성황을 이뤘다.

고액의 낙찰가보다 중요한 것은 춘란을 통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다. 춘란 경매 1년만에 총 경매금액은 20억원을 넘어섰고 경매등록자만도 500여명에 이른다. 1년 전 춘란 시장규모는 2천5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 투명한 경매시스템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춘란시장이 활성화되고 춘란 재배농가 소득이 증대되었다. aT는 한국춘란을 도시농업의 소득 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일반인 대상 교육과 전시·홍보, 상품 등록 등 지원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억대 춘란의 탄생은 도시민들에게 새 소득작목 개발의 의미도 크다. 은퇴한 직장인, 가정주부, 노년층에게 난 재배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난은 재배하는데 육체적 노력도 많이 안들고 도심에서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은퇴생활자들이나 도시민에게 좋은 소득작물이다. 최근 미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 도시농업이 활발하다. 아파트 베란다나 텃밭, 자투리땅에서 농업활동을 하는 것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다. 도시민의 정서 함양, 건강 증진, 소통, 교육, 원예치료, 도농교류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도시농업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간단한 영농활동을 넘어서 도심 빌딩에서 농사를 짓는, 이른바 ‘식물공장’도 도시농업의 영역이다. 식물공장은 식물 재배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일조량 부족 등 기상여건이 열악한 북유럽에서 개발되었으나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필자는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시 식물공장을 설립하였다.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보내어 쌈채소 재배도 성공시킨 바 있다. 당시 세종기지 주방장으로 근무했던 대원이 “식물공장 덕분에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었다”며 감사인사를 해오기도 했다.

도심 고층빌딩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수직형 식물농장(Vertical Farm)’ 개념을 최초로 발표한 미국 컬럼비아대학 딕슨 데포미아 교수는 “기상이변, 식품안전 문제 등으로 식물공장의 중요성이 커진다”면서 “국토가 좁고 도시에 인구가 밀집된 한국은 도시농업이나 수직형 식물농장이 발전하기에 이상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수직형 식물농장에는 채소류 등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춘란, 약용작물 등 다양한 소득작물도 생산이 가능하다. 키우기 쉽고 선물용으로도 좋은 선인장 등 다육식물은 중국 수출 유망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목나무에서 항암제인 ‘택솔’을 만들며, 버드나무에서 진통제 원료인 ‘아스피린’을 추출한다. 메르스 사태 이후 매실, 복분자 등 면역력 증강작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텃밭, 주말농장 등이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농업이 농촌에서만 이뤄진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춘란의 사례에서 보듯이 도시농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소득을 거둘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춘란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침체된 화훼산업을 살릴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화훼농가의 30%가 경기도에 있고, 난 재배농가의 절반 가량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앞으로도 ‘억대 춘란’을 능가하는 새로운 소득작물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경기도에서 도시농업을 정책적으로 활성화시키자. 침체된 우리 농업을 살릴 새로운 소득작물 발굴에 경기도가 앞장서자.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