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꾼 철학자들┃희망철학연구소 지음. 동녘. 488쪽. 1만9천원.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사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고, 시대에 맞서야 하는 일이다.

신간 ‘세상을 바꾼 철학자들’은 시대가 건넨 틀을 깨고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 세상을 변혁시킨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희망의 공부방 사업을 시작으로 소외계층의 아동과 청소년을 돕던 철학교수들이 모여 철학을 통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희망철학연구소가 시대와 지역을 망라한 철학사를 썼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시간 순으로 고대와 중세, 근대와 19~20세기의 철학자와 그 이론을 열거했고, 마지막 5부에서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동양철학을 이야기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철학의 시초라 불리는 탈레스부터 21세기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까지 전방위에 걸쳐 당대 최고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풀어냈다. 또 시대마다 철학자들이 당면한 문제를 핵심 주제 삼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고대철학의 중심에는 ‘세계는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리했다. 책은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고대 철학자의 이론을 통해 ‘영원히 존재하는 것’, 만물의 이치에 대해 고민했고 플라톤·소크라테스를 통해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찰했다.

중세시대 철학자들의 핵심은 ‘신’이다. 존재의 근원을 신에게 물었던 그들은 ‘신의, 신에 의한, 신을 향한 유토피아’를 꿈꿨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대표작 ‘신국론’부터 스콜라 철학의 대표주자인 아퀴나스의 존재론까지 면밀히 살핀다.

신의 세계를 빠져나와 근대부터 20세기에 이르면서 이성과 인간에 대한 사유가 이어진다.

근대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부터 외압에 굴하지 않고 높은 사유를 펼친 스피노자, 근대 철학의 거인 칸트,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 외치며 부르주아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 마르크스의 사상까지 이 시기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사회와 인간 그 자체를 치열하게 파헤쳐왔다고 볼 수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책 속에 서양에 비해 동양 철학의 비중이 적다는 것. 공자와 노자, 장자, 왕양명 등 주요 철학자를 다루긴 했지만 내용과 중요도면에서 미흡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이 답답하고 새로운 세상을 갈망한다면, 한번쯤 곁에 두고 진지하게 만나 볼 책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