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야 호칭부터 ‘여보, 당신’보다 ‘달링(darling)!, 하니(honey)!’고 목청은 별로인데도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 미오(O Sole Mio→오 나의 태양)!’를 드높이 불러주는 게 예사다. 술 좋아하는 부부는 또 ‘하니’보다는 ‘넥타(nectar)!’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같은 벌꿀이긴 하지만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즐겨 마신 신주(神酒)가 ‘넥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부간 스킨십은 또 요즘 얼마나 요란한가. 출퇴근 때의 볼 키스 소리가 이웃집까지 들릴 정도다. 하지만 세월이 좀 지나면 ‘원진살이 낀다’고 했던가. 까닭없는 갈등은 거의 모든 부부가 겪게 돼 있고 ‘한 발짝만 돌아서면 남’이라는 듯, ‘전생의 원수끼리 만났다’는 듯 싸움 끝에 갈라서기도 예사다. 그런데 참으로 가슴 뭉클한 뉴스가 있다. 포천에 사는 신정아라는 주부(43)가 간염이 심한 남편에게 70%의 간을 떼어줬다는 거다. 그뿐이 아니다. 그녀는 전에도 모친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아무리 가족 사랑이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부모가 자식에게 떼어주는 장기보다는 자식이 부모에게 기증하는 장기의 예는 드물고 더구나 돌아서면 남이라는 부부간의 장기 기증이야말로 눈물겨운, 심금 울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작년 5월 일본에선 아내→남편 기증 사례와는 반대로 남편이 40대 아내에게 폐를 떼어 주는 수술이 교토(京都)대 부속병원에서 성공했다고 전해지자 일본 열도가 감격에 젖었고 2010년 8월 독일에서도 저명한 50대 남편이 아내에게 신장을 떼어줬다는 감동적인 뉴스가 있었다. ‘쌍숙쌍비(雙宿雙飛)’라고 했다. 함께 자고 날개도 나란히 함께 날아간다는 뜻으로 부부 사랑을 가리킨다. ‘켤레운동’이라는 생물학 용어도 있다. 사람의 두 눈에서 한눈을 움직이려고 하면 다른 눈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부부간 사랑도 그렇다는 거다.
어머니와 남편에게 신장과 간을 기증한 포천의 그 주부 겨드랑이를 살피면 천사의 날개가 돋쳤다가 퇴화한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엔 악마급 인간도 우글거리지만 천사 같은 사람 또한 많다. 가족은커녕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장기를 떼어주는 천사도 있지 않던가. 포천의 천사 주부! 무궁한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