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긴 그리스 측도 꽤 성의를 보였다. 지난 8일 유로 구제금융인 유럽안정메커니즘(ESM)에 3년간 535억 유로(약 70조원)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리스는 부가가치세 증세와 연금개혁 등 더 걷고 덜 쓰기 개혁안을 의회가 11일 새벽 찬성 251, 반대 32표로 통과시켰고 최대 야당인 신민주주의당까지 찬성표를 던졌다는 거다. 하지만 아테네 중심부 신타그마 광장에선 대대적인 반대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난파선 ‘그리스 호’ 갑판에서까지 시위를 벌인 꼴이다. 좌파 정당 추종 시위대는 ‘국민투표로 반대한 결과는 어디로 갔나!’ ‘그리스의 신 제안 반대, EU 탈퇴!’를 외쳐댔고 이른바 슈프레히코르(Sprechchor) 식 연호(連呼)로 광장이 떠나갈 듯했다. 독일어 Sprechchor는 한 사람의 선창을 따라 일제히 외치는 군중 연호다.
난파선 ‘그리스 호’가 언제쯤 유로 존의 로프(돈 줄)에 예인돼 안전하게 피항할지는 의문이지만 더욱 한심한 건 그리스 좌파 정당과 부종(附從) 세력이다. 그리스 난파선 안에서까지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EU와의 협상 세력은 배신자라는 거다. 그럼 어쩌라는 건가. 구조 예인선을 거부한 채 모두 바다에 투신하자는 건가. 좋은 본보기, 훌륭한 반면교사 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