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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
ICT벤처기업 매년 300개 육성
정부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대학·기업·지자체 ‘유기적 협력’
생태계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경제연구소들이 한국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우울한 예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내수부진과 수출둔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소비부진과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일본형 저성장’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와 중국 증권시장의 폭락사태는 국제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위기는 고령화, 심리적 소비위축 등에 따른 소비부진의 영향이 크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겪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중국 등 신흥 경제국들에게 붙잡힐 정도로 약해졌다는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선진국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이들을 살린 것은 신기술에 의한 산업구조 개혁이었다. 미국 경제도 20세기 후반에는 일본에 밀렸으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혁명으로 경쟁력을 되살렸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들이 나타나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여러 지역에 벤처밸리를 조성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벤처기업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벤처밸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역의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들의 지식공급처인 스탠퍼드 대학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트 업(start-up)국가’로 부상한 이스라엘의 수많은 벤처기업들도 대학들의 기술과 지원에서 출발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대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진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미국 정부는 1992년부터 정부 지원과 대학·지역사회 협력을 통해서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자는 ‘커뮤니티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1994~2005년 189개 대학에 8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일본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본부는 2005년부터 ‘대학과 지역의 연계에 의한 도시재생 추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1세기 들어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대학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을 육성해서 지역경제의 쇠퇴를 막고,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기술과 혁신을 제공해서 노동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맞는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노동력이 1%만 증가해도 생산성이 0.5%씩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도 정부가 신기술단지 조성을 적극 추진하면서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2017년에 들어설 ‘제2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매년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판교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판교에 건설 중인 (가칭)창조경제밸리센터에 들어서는‘그랜드 ICT연구센터’에 입주할 대학들을 신규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밸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 대학들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서, 밸리가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역 대학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