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도 없이 편안히 누워서 멀뚱멀뚱
무늬·생김새 제각각 달라 구분 가능
뒤뚱뒤뚱 움직이는 모습 ‘미소 절로’
지난 7일 백령도 어민 김진수(58)씨의 작은 배를 타고 천연기념물이자 인천의 마스코트인 점박이 물범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하늬해변 앞 물범바위 10m 앞까지 접근했다.
수십 년째 물범과 함께하고, 고래연구소 등에 도움을 주기도 한 ‘물범박사’ 김씨의 배는 이상하게도 물범이 경계하지 않는다. 그와 함께하면 물범과 눈을 맞출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김씨는 “오늘 특히 물범이 바위 위에 많이 올라와 있다. 물범들이 배나 사람까지 알아본다. 어업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오랜 기간 봐오면서 자신을 해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하다 보니 도망가지 않는다”며 “배를 쳐다보고 있다가 따라오기도 한다”고 했다.
바위에는 유독 하얀색 물범이 많았다. 이들이 바위와 마치 한몸인 것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검은색 바위가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김씨는 “짙은 색 물범이 수컷이고 하얀색은 암컷으로 보면 된다”며 “물범은 모두 무늬가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 각각의 물범을 구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범이 바위에 오르는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작은 발을 바위에 짚고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힘겹게 바위 위로 오르는 물범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바다에 있던 물범이 바위에 오르자 먼저 와 있던 물범이 자신의 휴식공간을 지키기위해 “우아아아옥”하는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겁먹은 바위 위 한 물범이 바다 속으로 미끄러지듯 도망쳤다.
김씨는 “바위는 강한 물범의 차지”라며 “자리를 찾지 못한 물범들은 쉬기 위해 멀리 떨어진 다른 바위를 찾아가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 경인일보 카메라에는 상처를 입은 물범도 포착됐다. 물범 등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듯 움푹 파여 있었다.
연안에 설치해놓은 어구로 인해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고, 이들의 천적인 백상아리나 범고래에 공격당한 흔적일 수도 있다.
김씨는 백상아리에 공격당하는 물범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약 30분 동안 코앞에서 바위에 오른 물범들을 지켜봤지만, 물범들은 끝까지 바위 위를 지켰다.
김씨는 “내가 안내한 언론사 중에는 이처럼 가까이에서 물범을 오랫동안 지켜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물때나 시기가 좋았고, 물범이 이 배는 무서워하지 않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백령도/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