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 범위 넓고 이동 가능성
단기적 모니터링 연구 한계
1년 분석 결과 340마리 달해
AG 캐릭터 등 인기 독차지
최상위 포식자 ‘생태적 가치’
마주하는 순간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인천 백령도 점박이 물범.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돼 있고, 남북을 자유로이 오가는 평화의 상징으로 인천아시안게임 마스코트 역할도 했지만, 이들을 제대로 모니터링하는 기관조차 없다.
■ 하루 만에 개체 수 파악?
점박이 물범은 3~11월 백령도에 머문다. 물범이 백령도에 머무는 시기에 맞춰 환경부는 1년에 2차례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문제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의 개체 수 확인이 육안으로 하루 만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범은 서식 분포 범위가 넓다. 백령도에 있다가도 NLL을 넘어 북한으로 가기도 하고 백령도 내에서도 물범바위 이외에 다른 바위 여러 곳에서도 머문다. 물범 휴식처로 유명한 하늬해변 앞 물범바위 외에도 두무진·연봉바위 등에서도 쉰다. 지난 6일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앞바다 바위에서도 물범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넓게 활동하는 물범을 하루 만에 육안으로 확인하면 개체 수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그날 어민들의 조업이나 북한에서 포를 발사하는지에 따라 물범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고래연구소 안용락 박사는 “민간인이 접근하거나 북에서 포를 쏘면 하루아침에 300마리가 모두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환경부에서 조사를 할 때 세밀하게 조사가 안돼 자료를 보면 들쑥날쑥하다. 전년에 200여 마리였다가 다음 해 60~70마리로 급감하는 적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고래연구소에서는 매달 1주일씩 계속해 관찰하는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같은 해 환경부 모니터링 결과와 수백 마리에 달하는 개체 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해양·수산 관련 중앙부처의 분리·결합이 반복되면서 2011년 이후 공식 모니터링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안 박사는 “얼굴 점 무늬가 개체별로 달라서 개체별로 식별해 1년 동안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3월부터 12월까지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 확인된 것만 340마리였다”고 했다.
■ 소중한 물범, 제대로 알아야
2014인천아시안게임의 공식 마스코트였던 점박이물범은 아시아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가 폐막 직전에 냈던 자료를 보면 대회기간 가장 많이 팔린 기념품이 점박이 물범의 모습을 본뜬 ‘바라메’ ‘추므로’ ‘비추온’ 인형이었다.
5만3천500개가 팔렸는데, 이는 30여 종 전체 기념품 판매량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류 아이돌 그룹이 부른 대회 주제곡 등이 담긴 기념음반은 고작 100여 개 팔렸다.
물범 인형은 3만9천원(세트)으로 다소 비쌌지만 귀여운 캐릭터로 인기를 독차지했다. 점박이 물범이 한류 아이돌까지 가볍게 누른 셈인데 이들이 몇 마리 오는지도 알지 못할 만큼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점박이 물범은 생태적 가치도 크다. 서해의 경우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물범·상괭이·상어·범고래 정도밖에 없어 물범이 차지하는 생태적 중요성이 높다. 또한 한국에 포유류 식육목(食肉目)의 한 아목(亞目)인 기각류는 사실상 서해에 물범, 동해에 물개밖에 없다.
북한·중국·러시아를 오가는 물범은 남북관계 개선, 동북아시아 협력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은 실제로 유네스코 사업으로 물범에 대한 남한·북한·중국의 공동연구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중국·남한 간의 물범 공동연구도 논의되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고래연구소가 올해 하반기부터 5년간 물범 모니터링을 재개할 수 있도록 용역을 주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고래연구소 안용락 박사는 “중국인인 유네스코 총회 의장이 지난달쯤 북한에 들어갔었다. 이때 물범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아직 없지만 기대된다”고 했다.
백령도/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