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웨이크필드는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너클 볼을 던졌다. 한팀에서, 그것도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그토록 오랜 기간 공을 던졌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너클볼 투수였으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꼭 200승을 채우고 2011년 은퇴했다. 너클볼은 공을 손에 익히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지만 한번 익히면 나이와 상관없이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메이저 리그 선수중 글을 가장 잘 쓰는 너클볼러 R.A. 디키는 자서전 ‘어디서 공을 던지더라도’에서 이렇게 적었다.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다들 사기(詐欺)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편견과 싸우고 싶었다. 정말 쓸모 있는 구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이 그 볼 앞에서 수없이 무너졌다. 어쩌다 홈런을 치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몰라. 그냥 보고 휘둘렀는데 배트에 맞은거야.”
프로야구 만년 꼴찌 kt위즈의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KBO의 유일한 너클볼러 크리스 옥스프링이 벌써 7승을 기록했다. 1977년생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 때문에 올시즌 5승도 힘들다는 주변의 예상을 비웃듯, 마운드에서 그의 너클볼 마법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팀 타선이 좀 더 살아난다면 올해 두자리 승수도 가능할 것이다. 메이저리그 레전드인 너클볼러 필 니클로는 24시즌 동안 통산 318승 274패를 기록한 후 48세에 은퇴했다. 너클볼러는 나이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너클볼을 노회(老獪)한 피칭이라고도 한다. 옥스프링에겐 지금이 전성기인 셈이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옥스프링의 역투(力投)에 박수를 보낸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