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원짜리 덮밥 먹으려 이틀치 모아 “방학이 더 걱정”
인천지역에서 빈곤, 부모의 가출, 맞벌이 등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결식 우려가 있는 저소득층 아동은 모두 2만1천692명. 이 중 지역아동센터 등 시설에서 돌보는 아동을 제외한 74%인 1만6천192명은 급식카드인 ‘푸르미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는 4천원.
가정식 백반도 6천원이 훌쩍 넘는 현실에 맞지 않는 금액이다. 밥값을 맞추기 위해 아이들은 오늘도 한 끼를 굶어 다음 날 이월해 쓰거나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음…. 아주머니, 제육덮밥 먹으러 내일 다시 올게요.”
지난 16일 학교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분식집에 들어간 김민호(15·가명)군은 메뉴판을 보고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월 수입 70만원의 한부모가정 아동으로, 푸르미카드를 지급받은 민호는 이날 쓸 수 있는 한도 4천원을 다음날로 넘겼다. 6천원짜리 제육덮밥을 먹기 위해서다.
4천원으로 먹을 수 있는 건 김밥, 라면, 우동 뿐. 그러나 하루 밥값 4천원을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날까지 이틀분인 8천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호는 4천원을 다음 날 한 번에 쓰기로 하고 이날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민호는 “4천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어 종종 이틀치를 몰아 한 끼를 먹거나 편의점에 가서 끼니를 때운다”며 “방학이 되면 점심과 저녁을 모두 밖에서 먹어야 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결식 우려 아동의 급식 지원비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09년부터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저소득층 가정 아동의 건강한 성장 도모를 위해 푸르미카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나 지자체 상황에 따라 해당 아동들은 끼니당 4천원씩 하루 한끼에서 세끼까지 밥값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식당에서 가장 싸다고 하는 가정식 백반도 6천원이 넘다 보니 아동들이 면류, 빵류 등 제한된 음식에 의존하고 있다. 인천의 대형 편의점은 푸르미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으로 등록됐다.
이밖에 푸르미카드 가맹점 840곳 현황을 보면 분식집(370곳·44%), 중식집(177곳·21%), 제과점(172곳·20.4%)이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백반 등 정식을 파는 가맹 한식당은 85곳(10.1%)에 그치다 보니 아동들이 편의점과 분식집을 쉽게 찾고 있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 끼 지원금액이 4천원이다 보니 카드 가맹을 꺼리는 음식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아동들이 한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