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강나방 습격 ‘재해보험 가입↑’
야행성 멧돼지 포획 오후 9시까지
실효성 없는 규정에 불법 덫 설치
태풍의 영향권에 든 지난 한 주간 일부 지역에서 단비가 내리는 듯 싶더니 일주일도 안돼 무더위가 다시 시작되면서 논밭은 다시 ‘쩍쩍’ 갈라지고 있다.
여기에, 과수농가에서는 각종 병충해의 습격으로 수확량이 예전같지 않은 데다 밭작물의 경우 멧돼지·고라니 등 유해 야생동물 출몰로 쑥대밭이 돼 버렸다. 농민들은 가뭄, 병해충, 유해 야생동물까지 그야말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무심한 하늘, 해갈에는 여전히 부족한 비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6월 말부터 한달 가량 장마권에 접어들어 쏟아지는 집중 폭우 등 홍수피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매년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올해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5~7월 경기도 강수량은 불과 111.3㎜에 머무르고 있는데, 같은 기간 2011년 강수량은 955.5㎜에서 2012년 683.3㎜, 2013년 460㎜, 2014년 274.4㎜로 꾸준히 감소해 왔다. 강수량 추이대로라면 극심한 가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대비하지 못했다.
농촌지역의 저수지 저수량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대책 마련을 해야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용인지역만 하더라도 저수량이 27% 수준으로 해갈에 필요한 물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하나 같이 천수(天水)만을 기다렸지만, 하늘마저 이들을 외면했다.
실제로 태풍 찬홈의 영향권에 든 지난 12~13일에 6~30㎜, 낭카가 지나간 18~19일에도 고작 0~8㎜ 비만 내리면서 그야말로 땅을 적시는 수준에 그쳤다.
■약도 듣지 않는 벌레떼의 습격
최근 도내 농가 곳곳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벌레떼는 멸강나방인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진흥청은 5~6년전 멸강나방이 발생했는데 올해 개체수가 가장 많다고 설명한다. 멸강나방은 30도 이상의 고온에서 알부화에 사흘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가뭄과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산란장소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멸강나방의 습격으로 과수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욱이 안성지역은 배나무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 세균병 ‘화상병’이 발생한 사례도 보고됐다. 피해가 막심해 지자 농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도내 벼 재배농가의 보험 가입은 158% 가량 급증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는 콩세균병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비가 더 내리게 되면 고추역병 등 추가적인 밭작물 피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총 못쏘는 포수들, 날뛰는 야생동물
지난 2월 세종과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사고 이후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단 마저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농가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광주경찰서는 피해방지단의 포획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다. 야행성인 멧돼지와 고라니의 활동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유해 야생동물 포획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2명 이상의 포획단이 조를 지어 총기를 입·출고해야 하는 탓에 생업이 우선인 단원들은 지금껏 단 한번도 총기를 꺼내지 못했다.
단원 배모(38)씨는 “총이 없어 그레이 하운드 등 사냥개 5마리로 멧돼지를 퇴치하는데, 이달 들어 싸우던 개가 죽는 일까지 일어났다”며 “올무는 소용이 없어 불법으로 덫을 설치하는 주민들까지 생겨나 또 다른 사고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해 야생동물 퇴치에 대한 총기사용을 금지한 바 없으며, 출고 시간을 늘리고 동반인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등 기준을 완화했다”고 해명했다.
/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