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정보는 철통보호, 상대국 정보는 샅샅이 캐내려는 국가간 첩보 전쟁은 무서웠다. ‘무섭다’가 아니고 무서웠다는 건 이미 옛날 얘기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해킹 전쟁, 사이버 전쟁 시대다. 옛날 첩보(諜報)의 諜자는 ‘염탐할 첩’자다.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몰래 엿듣거나 비밀 녹음기 따위로 염탐, 암호로 알리던 사람들이 간첩, 첩자(諜者)였고 그들을 막는 게 ‘방첩’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차대전 후 미·소 냉전시대의 미국 CIA와 소련 KGB 요원들이었다. 이스라엘의 모사드, 영국의 M15/ M16, 독일의 BND(연방정보국), 프랑스의 DGSE(대외보안총국), 중국의 국가안전부(MSS) 요원들 역할 또한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국만 해도 국가안전보장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 시대다. 몰래 염탐하던 첩보시대가 아니라 적진의 심장부를 곧바로 뚫고 들어가 정보를 캐낸 뒤 뭉개버리는 해커(hacker)시대, 사이버 시대다.

이제 국가정보원 자격시험은 해킹 실력부터 봐야 할 거다. 해커들의 총성 없는 ‘제5의 전쟁’시대고 하늘 땅 바다 우주에 이어 인공뇌(腦)―컴퓨터로 전쟁을 벌이는 사이버 전쟁 시대다. hacking이란 도끼 따위로 쪼개고 자르고 망치로 두드리고 깨는 거다. 그만큼 무섭다. 작년 11월 10일 워싱턴포스트는 ‘미 우정공사(郵政公社)가 사이버 공격을 당해 직원과 고객 정보 80만 건을 유실했다’고 보도했고 ‘미 연방정부 인사국의 개인 정보도 해킹당했다’는 건 그 무렵 뉴욕타임스 보도였다. 작년 11월 20일 마이클 로저스(Rogers) 국가안전보장국장은 또 의회 보고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망이 다운, 블랙아웃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에선 ‘흑객(黑客:헤이커)’이라 부르는, 복면도 하지 않은 수백 수천 해커의 일제 공격이야말로 오싹할 정도다.

국가정보원 역할은 그만큼 막중하다. 국가 안위(安危), 즉 안전은 보장하고 위험은 막는 엄중한 임무가 바로 그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요원이 국익에 반(反)하는 짓을 한다는 건 어느 나라도 상상할 수 없다. 더구나 남북 긴장대치의 한반도는 다르다. 잦은 국정원 매도도 안타깝고 잇단 국정원 요원 자살도 그렇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