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공간이 ‘창조’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시 삼정동 폐소각장에서 융복합 파일럿 프로젝트 ‘공간의 탐닉’ 전(展)을 진행하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식돼 5년 전 문을 닫은 이곳 소각장은 현재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버려진 공간에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 공간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하 9m·지상 39m에 이르는 쓰레기 벙커와 관리동, 반입실 등 기존 소각장 내·외부 공간이 모두 활용됐다. 특별한 공간미를 내뿜는 소각장만의 특성을 십분 살린 다양한 작품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삼정동 소각장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됐다.

문광부와 부천시의 투자와 부천문화재단의 콘셉트·콘텐츠 기획을 통해 현재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며, 작가들의 창작 활동 공간을 통해 기능과 가치를 상실한 장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과거 영국 런던 폐발전소를 활용해 만든 ‘테이트모던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이번 전시에는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와 김기철, 변지훈, 하이브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19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쓰레기 벙커에 하얀 천을 얹어 가상의 달을 표현했고, 폐소각장 지하에 고여 있는 물은 배를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여기에 세월호 영상을 더해 애잔함마저 표현하고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예술가 단체 ‘예술 장돌뱅이’의 문화장터·라이브 아트쇼·공공미술제작 워크숍 등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재단 관계자는 “다른 일반 장소와 달리 폐소각장만이 가진 특별한 공간미가 있는데, 여기에 작가들의 예술성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훌륭한 전시관으로 재탄생됐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된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