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 범죄는 말도 안 되고 살인까지 한다는 건 더욱 그렇다. 왜? ‘노파심’이 뭔가. ‘남의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마음, 남 걱정을 너무 하는 마음’이 노파심이다. 그런 노파심이야말로 천사 같은 마음 아닐까. 그렇게 착한 마음의 노파가 어떻게 지독한 억하심정으로 뒤틀려, 더더구나 동네 친구 노파들을 살해할 수 있다는 건가. ‘노파’라는 말 또한 얼마나 흥미로운가. 노파의 婆자는 ‘할미(할머니) 파’자다. 따라서 ‘노파’는 ‘늙은 할미’라는 뜻이다. 할미면 할미지 세상에 젊은 할미도 있다는 건가. ‘젊은 청년’처럼 뜻이 겹치는 말이 ‘노파’다. 그럼 ‘노파’가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냥 ‘파’다. ‘노파심’ 역시 그냥 ‘파심’이다. 신기하게도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선 노파심을 ‘파심(婆心:포신)’이라고도 한다. 예비 노파라는 뜻인지는 몰라도 마누라도 ‘노파(라오포)’라고 부르고 시어머니는 ‘파파(婆婆:포포)’다. 연극의 노파 역이나 배우는 ‘파각(婆角)’이고….

‘할미 婆’자를 봐도 몹시 흥미롭다. ‘물결(波) 진 여자(女)’의 상형(象形) 글자가 婆자기 때문이다. 물결이 졌다면 이마와 목덜미, 그 주글주글한 주름살을 가리키는 건가. 이제 80~90대인 왕년의 할리우드 명 여배우들의 무상하고도 무참하기 그지없는 주름살은 어떤가. 어쨌든 노파심이 아닌 ‘마파심(魔婆心)’으로 뒤틀린 마귀할미가 아닌 이상 언감생심 사이다 병에다 살충제를 탈 수는 없고 그래서 동네 친구 노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건 믿기 어렵다. 사실이라면 ‘노파’가 아닌 ‘마파(魔婆)’가 분명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죄와 벌’은 주인공인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살해하는 내용이지만 거꾸로 그런 노파가 대학생을 살해하는 소설 플롯 설정이란 상식 밖이다.

바라문(婆羅門)은 인도의 4성(姓) 중 최고위 승려 사제 계급이지만 글자 뜻은 ‘할미의 비단 같은 문’ 아닌가. 석가모니 불교 이전의 인도 종교인 바라문교의 ‘바라문’ 뜻도 다르지 않다. 83세 노파라면 저승이 낼모레다. 더구나 ‘사람이 죽음에 이르면 그 말이 착해진다(人之將死其言也善)’고 했다. 논어의 말씀이다. 어디 말뿐이랴. 행위 또한 다를 바 없으련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