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미 婆’자를 봐도 몹시 흥미롭다. ‘물결(波) 진 여자(女)’의 상형(象形) 글자가 婆자기 때문이다. 물결이 졌다면 이마와 목덜미, 그 주글주글한 주름살을 가리키는 건가. 이제 80~90대인 왕년의 할리우드 명 여배우들의 무상하고도 무참하기 그지없는 주름살은 어떤가. 어쨌든 노파심이 아닌 ‘마파심(魔婆心)’으로 뒤틀린 마귀할미가 아닌 이상 언감생심 사이다 병에다 살충제를 탈 수는 없고 그래서 동네 친구 노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건 믿기 어렵다. 사실이라면 ‘노파’가 아닌 ‘마파(魔婆)’가 분명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죄와 벌’은 주인공인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살해하는 내용이지만 거꾸로 그런 노파가 대학생을 살해하는 소설 플롯 설정이란 상식 밖이다.
바라문(婆羅門)은 인도의 4성(姓) 중 최고위 승려 사제 계급이지만 글자 뜻은 ‘할미의 비단 같은 문’ 아닌가. 석가모니 불교 이전의 인도 종교인 바라문교의 ‘바라문’ 뜻도 다르지 않다. 83세 노파라면 저승이 낼모레다. 더구나 ‘사람이 죽음에 이르면 그 말이 착해진다(人之將死其言也善)’고 했다. 논어의 말씀이다. 어디 말뿐이랴. 행위 또한 다를 바 없으련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