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에 몰려야 시너지효과와 도박 부작용 최소화
공항·항만 필수… 20분내외 위치 집객효과 볼수 있어
신중하고 과감한 접근 중요… 전국 도박장화는 안돼


복합리조트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온 나라를 얼어붙게 만든 메르스 한파나 정치권의 치열한 세력다툼도 리조트 유치를 위한 자치단체들의 강렬한 욕망을 꺾진 못했다. 전국의 10여 자치단체에서 유치를 신청했고 관심을 보인 업체들도 20여개가 넘는다. 리조트 유치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게 된 데는 정부의 리조트 분산방침과 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 경쟁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유치경쟁에 뛰어든 자치단체 마다 리조트가 들어서야 할 당위성을 지역경제 활성화니 서민경제 살리기니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설명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리조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대형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도 바탕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복합리조트(Resort complex)란게 카지노 즉 도박장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다. 대놓고 도박장을 만들겠다고 하면 저항이 심할 듯 하니까 그럴듯하게 포장한 게 복합리조트다. 카지노만 만들자니 낯 간지럽고 하니 대규모 회의시설인 컨벤션도 집어넣고 문화공연장도 끼워 넣는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런 식으로 성공했다. 이런 복합리조트를 정부가 균형발전을 내세워 전국에 골고루 들어서게 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리조트 유치를 원하는 지역에 하나씩 던져주며 인심쓰겠다는 얘기다. 겉보기엔 그럴듯할지 몰라도 전국을 도박장화해서 정서적인 황폐화를 초래하는 ‘인간의 사막화 정책’과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나눠 주다 보면 전국의 도박장화라는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어 인간의 사막화에 성공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복합리조트의 집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도박장 분산화 정책이 위험한 이유 중 또 하나는 풍선효과다. 지금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리조트 유치경쟁을 바라만 보던 지자체들이 정부정책을 보고 우리도 하나 하고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합리조트 성공의 전제조건은 집적화다. 마카오나 모나코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박으로 성공한 도시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라스베이거스에만 360여개 카지노가 성업 중이고 규모가 작은 마카오나 모나코에도 수십여개의 카지노들이 밀집해 있다. 도박꾼들의 특성상 한곳에서 돈을 잃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시 한번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는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접근성도 중요하다. 공항과 항만은 필수적이다. 그것도 가까워야 한다. 최소한 공항에서 20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해야 집객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랜드마크가 들어설 수 있는 입지도 고려돼야 한다. 카지노가 전국에 분산 배치된다고 모든 지역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도박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효율적이고 통제 가능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집적화가 중요하다. 한곳에 모여있어야 시너지도 얻을 수 있고 도박으로 인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복합리조트가 내세우는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집적화는 중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큰 거 한방에 팔자를 고치는 꿈을 꾸고 산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한탕의 욕망은 강렬해지고 그런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게 도박이다. BC 3000년 이집트에서는 현재와 같은 모양의 상아 주사위가 만들어져 돈 놓고 돈 먹는 놀이에 이용됐다니 대략 5천여년전에 이미 도박이 시작된 셈이다. 도박의 역사는 길고 뿌리는 깊다.

강남의 맛있는 감귤이 강북으로 건너가니 탱자가 된다는 중국 격언이 있다. 복합리조트 산업이 강남의 귤이 되기 위해서는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국의 도박장화는 안된다.

/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