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준비 안돼 스노클링 못해
다른 크루저 무용담에 아쉬움
여행 미리 피지컬·멘탈 챙겨야
인천, 이번에 재충전 기회 되길
올 하반기 다시 새롭게 시작
칠팔 년 전쯤 남미 여행 때의 일입니다. 페루의 잉카 유적을 둘러보고,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를 체험하는 이삼 주 정도의 여정이었습니다. 잉카문명 유적지인 잉카의 수도 쿠스꼬와 마추픽추 등을 둘러보고, 페루 리마공항에서 에콰도르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사단이 일어났습니다. 쿠스꼬에서 비행기가 두 번이나 출발시간을 연기하는 바람에 우리 일행 넷은 리마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로 갈아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항공사 측에 항의했고, 이로 인한 손실에 대해 적정하게 보상하라 요구했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고지없이 비행기 출발을 늦추게 된 것이 근본 사유이니 당연히 항공사 측이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은 완강히 거절했고, 이제까지 그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며, 나중에는 공항경찰을 불러 항의하는 우리를 공항에서 몰아내려고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시간 여의 긴 항의와 몸싸움 끝에 우린 보상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시민의식을 남미 한복판에서 유감없이 드러내며 정당한 요구사항을 관철했던 것이죠. 사전 고지없이 세시간 연착했고 도착해서도 아무런 해명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도, 우리 일행이외 항의하는 다른 나라 승객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또한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음 날 우린 예약했던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바로 가서 이후의 갈라파고스 여행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소형 크루즈선이어서 여행객들은 열다섯 남짓이었는데, 국적은 다양해서 이스라엘에서 온 청년들과 모녀, 네덜란드·영국·미국·일본 등지의 젊은이들, 그리고 저희 네 명이었습니다. 모선에 해당하는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밤새 이동한 후 섬 근처 바다에 정박하면, 아침에 작은 보트를 타고 하루 한 개 섬씩 예닐곱 개의 섬들을 방문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리고 그룹체험 활동 중간에 각자가 자유스럽게 갈라파고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개인 액티비티한 시간이 서너 차례 있었습니다. 특정 지점에 보트를 정박해 놓으면, 여행객들은 각자 장비를 꾸려 근처 바다와 섬 주변을 헤엄치며 직접 체험하는 식이었습니다. 크루즈 여행객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준비해 간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들고 혼자 또는 둘이서 바다에 뛰어 들었습니다. 바다는 평온했지만 그래도 연안에서 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주변이어서 파도는 제법 넘실거렸고, 짙푸른 물결은 제 몸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스노클링 도구를 마련해 가지고 있었지만, 먼 바다나 인근 섬까지 진출해 몸소 이번 여행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멘탈과 피지컬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마냥 조그만 배 주위를 맴돌며 단조롭게 바다를 체험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보트로 돌아온 크루저들은 방금 전까지 직접 경험했던 갈라파고스의 경이로운 체험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펭귄들의 바닷속 군무가 장관이었고, 큰 바다거북의 등에 올라 한참 동안을 같이 헤엄쳤다는 얘기며, 하나같이 그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그 경이로운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여행에서의 의미 있는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의 노고를 추스르고 새로운 힘을 얻어오려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제가 경험하고 절감했던 것처럼, 리마공항 ‘체험 삶의 현장(?)’에서의 격렬하고 긴장된 삶만큼이나 갈라파고스 개인 액티비티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
새롭게 시정을 시작하려는 인천도, 그래서 이번 휴가철이 충분히 ‘준비된’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잘 놀고 제대로 즐겨야만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충만하듯이, 인천도 충실하게 준비된 휴지기를 지내야 새로운 기분과 자세로 올 하반기를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