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총으로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가 미모의 명문여대생이고 주변 인물이 명문대생, 변호사와 판사 등 법조인, 국내 중견기업의 가족 등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하모씨 살인사건은 사위와의 불륜을 의심한 윤모(58·여)씨가 배후 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발생 직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윤모(41)·김모(40)씨가 해외로 도피, 자칫 베일에 가려질뻔 했던 이 사건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체포된 이들이 윤씨의 지시를 받고 납치·살해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1년여만에 전모가 드러났다.
 
▲사건의 발단과 범행준비
 
윤씨가 자신의 사위(30·법조인)와 이종사촌 사이인 하씨가 불륜관계였다는 소문을 듣고 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11월. 막연한 의심을 하던 윤씨는 2000년 3월 사위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젊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냐고 물었다가 사위가 하씨가 아닌데도 하씨라고 대답하자 불륜관계를 확신했다.
 
윤씨는 2001년 9월 조카 윤씨와 현직 경찰관, 심부름센터 직원 등 20여명을 고용, 이들에게 5천여만원을 주면서 하씨를 밀착 감시토록 지시했다.
 
▲납치·살인 및 사체유기
 
조카 윤씨와 김씨, 납치를 위해 고용한 전모(23)씨 등 5명은 지난해 3월 6일 오전 5시 37분께 하씨가 수영장을 가려고 집을 나오자 준비해 간 승합차에 하씨를 강제로 태웠다.
 
윤씨와 김씨는 전씨 등을 돌려보낸 뒤 하씨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고 눈을 청색테이프로 가린 뒤 하남시 검단산으로 끌고 갔다.
 
이어 김씨가 공기총으로 하씨의 머리에 총알 6발을 발사해 살해한 뒤 쌀포대에 넣은 채 등산로에 버렸다.
 
윤씨는 범행 직후인 오전 9시께 집 근처 공중전화에서 “(납치·살인에) 성공했다”고 고모 윤씨에게 알렸다.
 
▲시신 발견 및 경찰수사
 
하씨의 시신은 살해 열흘뒤인 3월 16일 오전 9시께 검단산 등산로에서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고 부검결과 머리에 5.0㎜ 공기총 실탄 6발을 맞았으며 왼팔이 부러지는 등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4월 25일 김씨에게 범행에 사용한 공기총을 사다 준 최모씨 등 2명과 미수에 그친 납치에 가담했던 김모(25)씨를 검거, 사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2001년 6월과 9월 장모 윤씨의 계좌에서 현금 2억원이 빠져나간 사실과 같은해 10월 김씨가 임시로 개설한 통장에서 현금과 수표 5천만원을 빼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핵심용의자인 조카 윤씨와 김씨가 잡히지 않고 2002년 3월 20일과 4월 5일 각각 베트남과 홍콩으로 도주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경찰은 배후 조종자 등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장모 윤씨를 체포감금교사 혐의만으로 구속했다.
 
▲윤씨·김씨의 도피행각
 
윤씨는 범행 보름뒤인 3월 20일 아버지가 있는 베트남으로, 김씨는 다음달 5일 홍콩으로 달아난뒤 경찰의 추적을 받자 7월초 윤씨와 김씨는 각자 중국으로 밀입국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눈과 코를 성형수술하고 부러진 앞니 1개를 바꿨으며 윤씨는 동생 명의의 위조여권을 갖고 다녔다.
 
▲핵심용의자 검거 및 범행자백
 
도피행각을 벌이던 윤씨와 김씨는 지난달말 중국 옌지(延吉)에서 현지 공안당국에 붙잡혀 지난 11일 국내에 송환됐다.
 
1년여만에 붙잡힌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납치는 인정했으나 살인은 제3자가 했다고 버티다 마침내 윤씨 고모의 지시로 하씨를 납치, 살해했다고 자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