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맥 빠진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르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종식됐다는 뉴스다. 정말 불이 꺼졌을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건 아니고? 종식의 終은 ‘끝 종’자, 熄은 ‘꺼질 식’자다. 여러 날 번지던 산불 등이 꺼졌을 때 적합한 말이 ‘종식’이다. ‘메르스가 꺼졌다’면 그만큼 무섭게 옮아붙던 불길 같았던가. 하긴 ‘앗 뜨거워!’ 된통 당한 게 이번 메르스 사태다. 전염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에야 안 꼴이다. 현명한 사람은 들어만 봐도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고 했던가. 가장 멍청했던 건 설마 요원의 불길처럼 사정없이 번질까 여긴 그 점이다. ‘설마 뭐는 아니겠지’ 여기는 걸 중국에선 ‘중부청(終不成)’이라고 하지만 두 번째로 멍청한 건 보건복지의 문외한인 경제학자를 장관 자리에 앉힌 것, 그리고 복지보다 보건을 앞세운 ‘보건복지부’라면서 예산의 80% 이상을 복지부문에 퍼붓는 따위의 보건 등한시, 그 점이다.

전염병, 얼마나 무서운가. 시신에 검은 반점이 돋는 흑사병, 쥐벼룩이 전염시켰다는 그 페스트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감소시켰고 그 병을 치료하던 의사들이 썼던 새 부리와 같은 모양의 마스크가 오늘날 방독면의 원형이 됐다고 했던가.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천연두·콜레라·장티푸스·말라리아 등은 어땠던가. 1918~1920년의 스페인독감은 2천만 명이 사망했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번진 천연두는 원주민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1960년대 미국에서 최초 발견된 에이즈 사망자도 3천900만에 이르고…. 아직도 전염병은 무섭다. 중국 언론이 ‘埃博拉(애박랍)’으로 표기하는 아프리카 에볼라(Ebola)만 해도 지난 6월 종결 처리됐지만 2만7천여 명이 감염, 1만1천134명이 숨지고 2002~2003년 중국의 신형 폐렴 사스(SARS)도 774명이 사망했다.

얼룩날개 모기가 옮긴다는 말라리아도 문제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매년 2억 명이 걸려 50만 명이 죽는 게 말라리아고 뇌염·뎅기열도 옮기는 게 모기다. 이번 메르스가 발생 두 달여 만에 36명의 희생자로 종식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복지에 앞서 국민보건부터 철저히 챙길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