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강원·전라도 방언으로
잘 될 것 같은 사람·징조를 의미
몸에 익은 배려와 희생정신
일상·직장서 자연히 눈에 띄어
매일매일 연속적인 습관 쌓여
성공하는 삶으로 이끌어나가


미국의 석유재벌 폴 게티는 매우 흥미로운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를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눈 다음, 모두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해도 2년이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폴 게티는 가난한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일이나 행운으로 돈을 손에 쥐었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술이나 도박, 사치품 구입, 사기꾼의 말에 현혹돼서 돈을 날린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성실하고 현명하므로 그런 가난한 바보들의 돈을 회수해서 무모하지 않으면서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곳에 투자할 것이므로 다시 시작해도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폴 게티 가설에서 성공과 실패, 부자와 빈자를 결정하는 요인은 바로 태도입니다. 태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CEO컨설팅을 할 때 “어떤 직원을 승진시킵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싸가지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함의의 응답을 합니다. ‘싸가지’는 ‘싹수’의 강원, 전라도 지역의 방언으로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징조’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잘될 가능성이 애초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싹수가 노랗다’고 했습니다. 새싹이 푸르지 않고 노랗다면 곧 죽을 운명의 상징이기 때문이죠. CEO들이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직원이 있다고 합니다. 큰소리로 인사하고 항상 밝으며 배려와 희생정신이 탁월한 사람입니다. 입사할 때의 성적과는 관계없이 그런 싸가지, 즉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을 승진시킨다는 것입니다. 유리 가가린이 세계 최초로 우주선 조종사가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종사선발 마지막 지원자 20명 중 한 명이 선발되는 순간, 하나 둘 우주선에 탑승하는데 27세의 청년 유리 가가린은 조용히 신발을 벗고 우주선에 오르더랍니다. 그 모습을 본 우주선 설계자 세르게이 코뇰로프는 말합니다.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그의 모습에서 신뢰감이 느껴졌다. 그가 얼마나 우주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유리 가가린이 세계최초로 우주선 조종사가 된 이유 역시 태도, 즉 싸가지 였습니다.

영화를 봐도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감독은 역할에 따라 캐릭터를 설정합니다. 주인공은 의로우며 당당하고, 바로 서고 바로 보는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를 보입니다. 상대역인 악역은 음흉하고, 시선과 태도가 바르지 못하며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동을 합니다. 악역은 한눈에 봐도 싸가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느낌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그 자리에 적합한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운이 좋아 높은 자리에 오르더라도 거기에 적합한 태도를 갖추지 못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추락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태도, 즉 싸가지는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언젠가는 튀어나와서 감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연속되는 미세한 태도는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이 매일, 매월, 매년으로 연결돼서 결국은 인생을 이루고 더 나아가 그가 속한 조직의 성패까지 좌우합니다.

당신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면,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 자신과 당신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태도를 가져보세요. 그러면 당신이 당신 자신을 대하는 태도, 상대가 당신을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그 하찮은 싸가지, 즉 태도가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는 사실을.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