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만드는 ‘집밥’레시피 인기
개인화·핵가족화 사회 속에
가족들 소소한 모습 대리만족
여유로운 삶 살고픈 욕구 반증
전통과 물질문명 조화 노력을
요즘 TV 프로그램에 ‘먹방’, ‘쿡방’ 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면서 요리관련 프로그램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TV를 켜면 항상 요리 프로그램을 보게 되고 일류 셰프들이 연예인 이상의 유명세를 얻고 있다. 과거에도 요리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문 요리프로그램이 아닌 이른바 버라이어티 쇼 형태에서 다양한 형태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일반 연예인들이 나와 하루 세끼 요리만 하는 프로그램,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공개하고 그 재료로 요리하는 프로그램, 전문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각 매체에서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리 방송이 유행하기 전에는 유명연예인의 아이들과 아빠들이 여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유행하였다. 이후 먹방 프로그램이 유행하게 되는데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으로는 아빠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냉장고를 소개하는 등 가족들의 소소한 사는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화, 핵가족화되고 있는 사회, 제한된 집과 방에만 한정되어있는 현대인들에게 유명 연예인의 집과 요리하는 모습, 다른 집 아이들과 아빠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거나 동질감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먹방 프로그램에서 한적한 시골 여행지에 가서 유명스타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고 같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동화되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 시청자들도 빠르고 자극적인 것보다 느리고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 실례로 최근 국내외에 슬로 TV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는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상상발전소에서 2015년 7월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노르웨이의 방송 ‘Minutt For Minutt’ 에서 132시간 동안 노르웨이 전역을 다니는 크루즈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양털로 스웨터 만들기까지 8시간 반, 벽난로가 불타는 모습 12시간 등 아주 느린 과정을 생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에 대한 노르웨이 시청자들의 시청률이 30~4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빠르게 산업화, 물질화되고, 경쟁이 심화 되면서 역설적으로 느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라는 책에서 느림으로부터의 여유가 왜 필요한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인도 카슈미르의 히말라야 고원지대에 있는 라다크 지역에서 척박하지만 공동체 생활 속의 느림 가운데 행복하고 평화롭게 사는 주민들이 소개되는데, 산업화와 관광 개발로 이러한 자연의 체계, 공동체 생활이 무너지는 과정과 다시 복구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마치 우리나라 60~70년대의 시골의 삶의 모습과 너무나도 유사하다. 라다크에서는 곡물을 수확하고 이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가 여유롭고 느긋하게 이루어지며 동네 주민들끼리는 공동체 삶을 살고 있었다.
라다크 주민들처럼 현재의 우리는 물질문명의 풍요로움 대신 맞바꾼 바쁨과 스트레스를 여유와 평화로운 마음으로 다시 물리고 싶은 마음들이 굴뚝같을 것이다. 쿡방, 먹방 조류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상업주의로 변질 될 여지도 있지만, 바쁜 일상과 더불어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에 젖어있는 현대 사회에 천연의 재료로 집에서 천천히 여유롭게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먹는 음식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인류는 다시 느림과 여유, 더불어 사는 법을 삶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도 오래된 전통 생활 방식이 현대의 물질문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김순홍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