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사람들은 7월을 줄라이(July)라고 부른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태어난 달이라고 해서 ‘줄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양인들의 7월 사랑은 끔찍하다. 7월은 그들에게 생명같이 소중한 달이다. 미국사람들은 1776년 7월4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로 시작되는, 토마스 제퍼슨이 초안을 작성하고 프랭클린이 다듬어 완성한 독립선언서가 공표된 날이라고 해서 그렇고, 프랑스인들은 1789년 7월14일 폭정의 상징인 바스티유(Bastille) 감옥을 불살라 버렸다는 자부심으로 7월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李陸史)는 ‘내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그 청포도를 따서 기다리는 손님을 대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손님을 위해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육사가 정안수를 떠놓고 빌면서 정갈한 마음으로 기다린 손님은 바로 조국의 광복이었다.

2015년 대한민국의 7월은 길고, 지루했다. 중국 지린성으로 연수를 떠난 지방공무원들이 탄 버스가 추락해 1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7월 첫날의 비보(悲報)였다. 이탈리아의 해킹업체로부터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살은 쓸데없는 정치논쟁을 불러왔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렇다고 죽으라는 법은 없다. 태풍 찬홈의 간접 영향과 장마로 50년만에 찾아온 가뭄은 완전 해갈됐고,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메르스가 69일만에 마침내 종식됐다. 그런 7월이 간다. 총알의 14배 속도로 9년6개월만에 명왕성에 접근해 놀라운 사진을 수없이 보내는 뉴호라이즌스호와 이국만리에서 연일 맹타(猛打)중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 덕분에 잠시 즐거웠던 7월. 100년후 어떻게 기억될지 모를 그런 2015년 7월이 오늘 사라져 간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