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학생들이 고교별 시험을 치러 진학하는 비평준화 제도는 철저히 시험 점수에 따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기보다 학교가 학생을 선택하는 방식에 가깝다. 오직 시험 점수로 학교와 학생을 줄 세워 일정한 등수에서 끊어내는 것이다. 고교 평준화 성과이자 효과로 꼽는다면 성적 서열화를 일정하게 완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평준화 지역에서 고교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평준화를 실행한 지 25년이 넘는 수원시나 14년째가 되는 성남, 고양, 부천, 안양권 지역에서는 사립고교와 과거 공립 명문고 중심으로 일정한 서열화가 고정되어 있다. 또한 지난해 평준화가 이루어진 광명이나 안산 역시도 평준화 이전과 또 다른 양상으로 고교 서열이 가려지고 있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선택함으로써 배정 불만이 줄고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졌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배정 학구와 추첨 방식에 관한 사항인데, 경기도교육청은 평준화 지역 학생 1지망 배정 비율이 평균 80%가 넘는다며 수년째 예전 방식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1지망에서 제외된 나머지 20%의 학생 가운데 비록 소수라도 집에서 가장 먼 거리의 학교로 배정받아 겪는 통학 불편은 왜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평준화 본래 목표를 실현 하는데 있어 학생 배정방안을 세밀하게 연구하면 교육감 권한으로도 상당 부분 개선이 가능하다. 이미 다른 시도교육청에 그 실제 사례가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올해부터 학생들의 배정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원거리 학교 배제 추첨제’를 도입했다. 집에서 가장 먼 거리 학교 한 곳은 사전에 제외해 극단적인 배치를 방지하는 것이다. 경상남도교육청도 평준화 학생 배정 방식을 대폭 개선해 고교서열화를 방지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희망 고교를 선택하되 중학교 내신 성적 비율대로 배정해 성적 우수 학생들이 학교별로 고르게 섞이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고교 평준화 배정 방식을 지난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일부 문제점을 밝혀 냈지만 고교 서열화 해소나 원거리 통학생을 줄이기 위한 별다른 대책을 도입하지는 않고 있다. 평준화 요구가 밀려오는 이번 기회에 현행 배정 방식을 적극 개선, 더욱 완전한 제도로 정착되길 바란다.
/최창의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