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 그 유명한 도쿄 전범재판(Tokyo War Crimes Tribunal)이 열린 건 1948년 11월 4일이었다. 판결문 낭독에만 1주일이 걸린 끝에 윌리엄 웹(Webb) 재판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전범 28명에게 선고를 내렸다. 태평양전쟁 총책임자 도죠 히데키(東條英機)와 난징(南京)대학살 지휘자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 중·일전쟁 기획자 히로타 코기(廣田弘毅) 등 7명은 ‘데드 바이 행잉(교수형)’, 시게미쓰 마모루는 금고 7년형이었다. 전범 시게미쓰는 금고가 풀리자 정치인으로 변신, 개진당(改進黨) 총재와 민주당 부총재를 지내기도 했지만, 그의 이름 ‘마모루(葵→해바라기)’조차 안 좋은 느낌이다. 그런데 개명한 신격호 씨 성씨가 바로 그 시게미쓰라는 거다. ‘타케오(武雄)’도 장군 이름에나 어울린다.
지난달 31일자 도쿄신문은 롯데를 가리켜 ‘일본과 한국에 두 다리를 벌리고 걸터탄 거대그룹’이라고 했다. 신격호 씨가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양다리를 뻗고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창씨 개명, 한국말을 팽개친 채 가족 간 대화에도 일본말만 쓰는 일본인이 돼버렸다. 아들 동주(東主)와 동빈(東彬)도 각각 ‘히로유키(宏之)’와 ‘아키오(昭夫)’로 불리고…. 아침밥부터 저녁밥 맛까지 싹 가시게 하는 사람들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