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집안 뉴스가 터지자마자 의문점은 신격호 씨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였다. 그녀 외삼촌이 2차대전 군국주의 일본의 외무장관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가 아니냐는 것이었고 일부 언론에선 ‘그의 외조카가 신격호 씨 부인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외조카’가 아니라 생질녀다. 그렇다면 외삼촌과 생질녀 성씨가 같을 수는 거의 없다. 그런데 롯데 측에서 해명했다. ‘시게미쓰라는 성씨는 남편 신격호 총괄회장을 따른 것이고 원래 성은 타케모리(竹森)로 시게미쓰 외무장관 가문과는 상관이 없다’는 거다. 웃기는 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여성이 남편 성을 따른다는 점이고 어처구니없는 건 신격호 씨가 왜 하필 시게미쓰라는 성으로 창씨(創氏), 시게미쓰 타케오(重光武雄)라는 이름을 가졌느냐는 그 점이다. 시게미쓰 마모루는 군국주의 일본 외상 문제보다도 2차대전(일부 태평양전쟁) 전범(戰犯)이었다.

전후 그 유명한 도쿄 전범재판(Tokyo War Crimes Tribunal)이 열린 건 1948년 11월 4일이었다. 판결문 낭독에만 1주일이 걸린 끝에 윌리엄 웹(Webb) 재판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전범 28명에게 선고를 내렸다. 태평양전쟁 총책임자 도죠 히데키(東條英機)와 난징(南京)대학살 지휘자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 중·일전쟁 기획자 히로타 코기(廣田弘毅) 등 7명은 ‘데드 바이 행잉(교수형)’, 시게미쓰 마모루는 금고 7년형이었다. 전범 시게미쓰는 금고가 풀리자 정치인으로 변신, 개진당(改進黨) 총재와 민주당 부총재를 지내기도 했지만, 그의 이름 ‘마모루(葵→해바라기)’조차 안 좋은 느낌이다. 그런데 개명한 신격호 씨 성씨가 바로 그 시게미쓰라는 거다. ‘타케오(武雄)’도 장군 이름에나 어울린다.

지난달 31일자 도쿄신문은 롯데를 가리켜 ‘일본과 한국에 두 다리를 벌리고 걸터탄 거대그룹’이라고 했다. 신격호 씨가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양다리를 뻗고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창씨 개명, 한국말을 팽개친 채 가족 간 대화에도 일본말만 쓰는 일본인이 돼버렸다. 아들 동주(東主)와 동빈(東彬)도 각각 ‘히로유키(宏之)’와 ‘아키오(昭夫)’로 불리고…. 아침밥부터 저녁밥 맛까지 싹 가시게 하는 사람들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