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문제 해결 발상 걱정스러워
100만 청년실업자들
대부분 절차 복잡한 취업 대신
해고돼도 부담없고 여러곳서
푼돈 벌수 있는 아르바이트 선호
얼마 전 정부는 청년실업 대책으로 임금피크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사회맞춤형 계약학과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는 기존 취업자들의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이는 2016년 1월부터 일반 기업의 기존 정년(55세)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 취업자와 청년 구직자가 서로 일자리를 나누는 노동정책이므로 새로운 청년실업 대책은 아니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협력업체 등에서 근무할 인턴을 모집하고 3개월간 직무교육 후 관련 협력 업체에서 다시 3개월 간 인턴 근무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회맞춤형 계약학과는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교와 계약을 맺어 특별한 학위과정을 운영하게 하는 제도로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은 해당 기업의 계열사나 협력업체로의 취업이 100% 보장되게 하는 제도다. 정부가 새로 마련한 청년실업 대책은 인턴채용 확대와 직업교육 강화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에 신규채용 등과 관련해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업중심 청년실업 대책은 일자리만 많으면 취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에 근거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과연 정부와 기업이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진다.
2004년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의 47.8% 이상이 청년(15~34세)실업자고 2015년 현재 대졸실업자 50만명과 고졸실업자 44만명을 합해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5년 6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통계적 실업자로 간주되는 이들은 정말로 일도 하지 않고 그래서 돈도 없을까?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지만, 이들은 정식으로 일하지 않을 뿐 나름대로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느라 너무 바쁘고 고된 인생을 살고 있다. 아마도 100만 청년실업자 대부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편의점·카페·식당·호프집·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8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을 것이다. 비록 이 돈은 푼돈이지만 이런 아르바이트를 3~4개 정도 한다면 이는 월 300만원 목돈이 된다. 그리고 해고된다 해도 새 아르바이트 자리는 많다. 따라서 청년실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굳이 인턴십과 직무교육을 받지 않아도 한 달에 아르바이트로 300만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지금까지 인턴십과 직무교육을 받지 않은 이유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전공을 살려(?) 밤새 일해 200만원도 안 되는 취업보다는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융자한 학자금도 갚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취업의 고용불안이나 아르바이트 해고 불안이나 비슷하고, 고된 업무에 쳇바퀴 도는 삶도 비슷하지만 아르바이트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새로 시작하거나 그만둘 수 있고, 기록도 남지 않지만, 취업은 절차도 복잡하고 그만두면 재취업 등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복잡한 취업 대신 간편한 아르바이트를 택하는 것이다.
직업은 소득을 기반으로 사회적 구성원들의 가치 실현에 기여할 때 의미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하는 취업대책이 의미 있는지는 제시된 직업들이 그들의 소속감, 장래 계획, 사회관계 형성 및 자아실현에 도움을 주는지에 달렸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들이 고된 아르바이트(예: 편의점·주유소 등)는 은퇴자에게 넘겨주고 편한 아르바이트(예: 카페·아파트 경비 등)로 옮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청년실업률과 대책의 불일치(Mismatch)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일자리 질의 문제임을 이제라도 이해하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