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보다 불황이 더 극심하다며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되던 '삐삐'를 다시 찾고 있다.

소비자들이 통신 이용료에 부담을 느끼자 핸드폰 이전 대중통신수단으로 애용되던 저렴한 이용료의 무선호출기가 가계지출을 줄이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올 3월말 현재 경인지역 무선호출기 이용자수는 경기도 1만8천200명, 인천 4천6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때 100만명에 달하던 가입자수에 비해 10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지만 올들어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다. 2000년 6개월새 30%까지 줄어든 것이 최근에 무려 5%대 이하로 떨어진 것.

회사원 김모(29·여·부천시 원미구 중동)씨는 3개월전 휴대폰을 처분하고 삐삐를 장만했다. 매달 10만원씩 청구되는 전화요금에 부담을 느껴 조금은 불편하지만 무선호출기를 택했다.

첫달 요금은 1만3천원, 음성사서함과 한글문자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어 이렇다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안양에 사는 최모(30)씨도 주로 사무실에서만 생활하고 핸드폰의 각종 부가기능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지난달 최소기능만을 갖춘 무선호출기를 구입했다.

공간상의 제약으로 핸드폰 사용이 어려운 의사나 군인, 군입대 예정자들 사이에도 무선호출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신세대 군입대 예정자들의 경우 이동통신에 익숙해져 사실상 위문편지를 받기 힘들거란 생각에 음성사서함 기능을 갖춘 호출기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5년째 무선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박모(33)씨는 “최근 단말기도 대부분 단종되고 일부 지역의 경우 서비스도 안되는 상태지만 빠름의 미학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여유를 갖춘 색다른 멋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