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대다수 터널에서 운전자들이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시 재난방송 수신을 위해 의무적으로 관련 장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이 지난해 6월 개정되면서 재난방송과 민방위 경보의 원활한 수신을 위해 도로와 지하철 터널 등에서 라디오와 DMB를 수신할 수 있는 중계설비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법 개정 1년이 지났지만, 인천지역 도로 터널의 경우 18개 터널 중 15곳에서 라디오의 수신상태가 불량했다. 수신상태가 양호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DMB의 수신상태는 11곳이 불량이었다.

전철도 라디오와 DMB 수신불량 지역이 많았다. 수인선은 송도역부터 오이도역까지 10개 역 중 7개 역에서 라디오 수신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DMB는 5개 역에서 수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인천지하철은 국제업무지구역부터 계양역까지 29개 역 중 9개 역에서 라디오 수신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DMB는 12개 역에서 수신상태가 불량했다. 전문가들은 터널과 지하철 역사에 라디오 등의 수신 장비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장비가 고장이 났는데도 고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업직 특성상 터널을 자주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최정수(32·인천 중구) 씨는 “주로 라디오를 켜 놓고 운전을 하는 편인데,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라디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짜증이 난다”며 “법이 개정돼 터널에서도 라디오 수신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바뀌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각 지자체에 자체 재난방송 수신시설 설치와 관련한 자체 이행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현황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법이 지난해 바뀌었지만, 라디오와 DMB의 수신상태에 대해 시 자체적으로 조사하진 못했다”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