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도 휴가는 꼭 챙긴다. 작년 8월 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IS)을 겨냥, 이라크 공습을 명령한 뒤 매사추세츠 주 휴양지로 2주일간 휴가를 갔다. 그런데 군대는 전쟁터로 내몰면서 어떻게 군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태평천하 휴가를 갈 수 있느냐며 비난이 분분하자 백악관 측이 나섰다. “통신 장비를 갖춘 국가안보보좌관이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가 대세였다. 긴축재정으로 나라 살림이 어려웠던 2011년에도 휴가를 간 캐머런 영국 총리도 변명을 늘어놨다. “그래서 저가항공에다가 3성급 싼 호텔을 이용했노라”고. 메르켈 독일 총리는 또 작년 1월 스위스 스키장으로 겨울휴가를 갔다가 넘어져 골반에 금이 가 목발을 짚었다. 러시아의 푸틴만은 이번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꿀 참이다. 서방측의 경제 제재에다 유가 하락으로 빈곤층이 300만이나 증가 한데다 100만 내무부 직원 중 11만 명 해고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헌군주국 왕들도 여름휴가를 간다면 어떨까. 화려하고도 한적한 왕궁 속 왕들이야 1년 365일이 휴가 아닐까. 그런데도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여름휴가를 지난달 25일 프랑스 남부 해안의 바로리스 호화별장으로 떠났다. 그는 지난 1월 압둘라 국왕이 90세로 서거하자 왕위를 계승한 왕세자가 아니라 80세 이복동생 왕세제(王世弟)다. 거기까진 그렇다 치자. 그런데 무려 1천명의 국왕 수행원이 별장 부근 호텔에 묵는 바람에 해안선 약 1㎞에 일반인은 얼씬도 못 하게 봉쇄한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 항의가 빗발쳤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했다. 아시아에만도 10명인 국왕, 그들의 휴가 행차가 궁금하다.

올 여름휴가도 막바지다. 산과 바다에 온통 피서 인파다. 꼭 그렇게 몰려가 소요 소란과 잡답(雜沓), 분답(紛沓), 분잡(紛雜)을 떨어야 직성이 풀릴까. 쓰레기도 마구 버려 온 산과 해변이 쓰레기장이라는 뉴스다. 여가(暇)를 잡아 쉬는(休) 게 휴가다. 중국엔 ‘休休(시우시우)’라는 말도 있다. 도(道)를 즐기며 편안히 쉬는 모습이 ‘휴휴’다. 고요히, 그럴싸한 책 한 권이라도 읽는 휴가는 어떨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