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 LCD 파트너를 구하려고 한국을 방문했던 네덜란드 필립스 社의 크리스털 리 전 회장은 LG와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국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파트너를 찾기 위해 모든 기업을 둘러봤지만 구씨와 허씨가 50년이상 동업자로서 아무 잡음 없이 경영하는 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는 기업이 양보와 타협, 신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구본무 회장은 “동업은 결혼과 같은 것이다. 생각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른 남녀가 함께 사는 것처럼 동업자도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구씨의 경영을 논할 때 등장하는 것이 ‘정도(正道)경영’이다. 고 구인회 회장은 도박이나 술 등 사행성 산업은 물론 ‘먹고 마시는 것’과 연관된 소비성 사업, 부동산투자 사업을 엄격히 금지했다.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벌고, 먹고 마시는 소비성 사업으로 재계 5위가 된 재벌가 롯데가 경영권 다툼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 롯데그룹의 자금부터 계열사 지배까지 ‘집중 점검’하려는 모양이다.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이 일어나고, 反 롯데 정서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인화를 바탕으로 소리 없이 치른 ‘범 LG가(家)’의 계열분리 작업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