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휴대전화에는 수시로 ‘폭염주의보’, ‘폭염특보’ 알림 메시지가 도착한다.

어찌나 더운지 조금 과하게 표현하자면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팽형(烹刑 - 가마솥에 삶는 형벌)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어느 광고문구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말을 실천하고 싶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바쁜 사회속에 살고 있다. 다행히도 이 사회는 바쁜 일상 잠시나마 쉬어가라고 여름철을 맞아 ‘휴가’를 권한다.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지만, 언젠가부터 휴가마저도 전쟁이 돼버렸다.

유명 피서지의 경우 최소 몇 주전 예약은 필수고 휴가시즌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수 시간의 고속도로 정체를 겪는 것은 기본이고, 정작 편하게 쉬고 싶어 도착한 곳에는 수많은, 이미 도착한 인파로 가득하다. 때문에 밥 한끼 편하게 먹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휴가니까 다들 어디든 떠나니까 나도 가야지 하며 집을 떠나 휴가를 다녀온다. 한바탕 휴가전쟁을 치르고 되돌아온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은 ‘휴가를 다녀왔다’는 마음만으로 위안을 얻는다. 그것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휴가의 의미다. 그러나 그 전쟁 같은 휴가마저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쟁이건 아무것도 하지 않건 휴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어쨌든 우리 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소소한 행복은 며칠 전 지난 소서(小暑)에서도 배울 수 있다. 소서는 절기상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소서 무렵부터 논매기나 풀베기에 바빠 허리를 펼 틈없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일을 하다 구름이 지나가다 만들어 준 ‘솔개그늘’에 고마워했다. 하늘을 나는 솔개가 드리운 그늘만큼 작은 그늘이지만, 실바람과 작은 그늘에도 땀을 식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또 몇번의 ‘폭염주의보’, ‘폭염특보’가 내려질지 모를 일이다. 물론 폭염에 따른 예방수칙을 지켜 안전한 여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득불 밖에서 일을 해야한다면 조상들이 솔개그늘에 고마워했던 그 소박한 마음으로 이 여름을 보낸다면 훨씬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