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단, 24억원 들여 조사
자연훼손·시민들 불편 우려
등산로 주변지역 위주 실시
오는 10월 인천 시민에게 전면 개방되는 문학산에 대한 토양오염조사가 실시된다.
한국환경공단(이하 환경공단)은 “문학산 일대 유류 오염도를 파악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24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만㎡ 지역에 대한 토양 오염조사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문학산 일대가 화학물질 등 유류 물질에 오염됐다는 민원과 환경단체의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데 따른 조치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문학산 일대에 대한 개황 조사를 벌인 결과, 곳곳에서 벤젠 등 화학물질이나 화학 가스가 검출되는 등 토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벤젠은 공업지역 토양오염 기준인 3㎎/㎏을 3배 이상 초과한 10.47㎎/㎏이 나왔고, 톨루엔도 기준치(60㎎/㎏)보다 높은 84.23㎎/㎏이 측정됐다.
이 일대에 매장된 토양가스에는 미국 기준치(EAP RSL)를 80배 이상 초과한 벤젠(90.929㎍/㎥)과 에틸벤젠(13.241㎍/㎥)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돼 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환경공단은 이번 토양오염 조사에서 유류 오염 정도와 원인, 확산 경로 및 정화 범위 등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산 전체에서 정화 작업을 실시하면 문학산에 사는 나무나 동물들의 서식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산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등산로 주변 지역 위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산에 있는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정화 작업을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을 망치는 행동”이라며 “오염의 원인을 찾아 유류가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문학산 정상 부근에는 1950년 6·25 전쟁 발발 이후 1970년대까지 주한 미군이 설치한 유류 저장 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자료와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산 정상 부근에는 유류 저장 탱크(둘레길이 20~30m) 24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시설들이 문학산 유류오염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예전에 문학산 인근 지역에 유류 오염이 얼마나 확산됐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오염 확산 경로를 밝혀 오염물질 유형에 맞는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