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 33℃. 올여름 이 동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지난 6일 오후 2시께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 사는 김모(78) 할머니는 폭 2m도 채 안 되는 좁은 골목길 그늘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했다. 묻는 말에도 “말하기도 땀이 나니 저리 가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할머니의 큰 며느리 박모(48)씨는 “이맘 때만 되면 건강 검진이다 쪽방촌 시설 확인이다 하면서 많이 다녀가지만 실제 어르신들한테 도움이 되는 손길은 없다”며 하소연했다.

계양구 효성동 쪽방촌에 홀로 사는 장모(86) 할머니는 이날 큰 대야에 앉아 호스로 물을 계속 머리 위에 끼얹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해가 진 뒤엔 수건에 얼음을 감싸서 이마에 두른 채 누워 있었다. 작은 방에는 두 뼘 남짓한 창문이 전부.

바람이라도 들어오라고 할머니는 현관문을 열고 자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장씨 할머니는 “방문을 열어놓고 자면 쥐가 들어오기 일쑤지만 너무 더워 그냥 열어 놓고 잔다”고 말했다.

동구 화평동에 사는 김모(89) 할머니는 10여 년간 미나리를 다듬어 판 돈을 모아 5평 남짓한 단칸방을 얻었다.

현재 김 할머니의 소득은 20만원가량의 기초노인연금이 전부다. 자식들이 있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자식들도 용돈을 줄 만큼 형편이 넉넉지 않다.

수도·전기요금 등을 내고 손에 남는 것은 10만여 원뿐. 수년 전에 한 단체에서 받은 선풍기는 전기 요금 걱정 때문에 켤 엄두도 내지 못해 방 한구석에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 있다.

땀이 비 오듯 하면 집 앞 나무 그늘에서 쉰다는 김 할머니는 10여m 떨어진 무더위 쉼터는 통 가지 않는다. 할머니는 “평소 노인회관을 쓰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통에 문을 열기조차 어색하고 꺼려진다”고 말했다.

주말 낮 최고 기온 33℃. 경로당 냉방비 지원, 재난도우미 지정, 무더위쉼터 확대 등 인천시의 ‘폭염 대책’에도 불구하고 3만9천여명의 취약계층은 주말에도 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이들은 “이번 여름 사회단체나 정부에서 받은 도움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추가 무색하게도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