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26년간 위안부 할머니 보필
“반성않고 책임없는 日정부” 지탄
피해자 총 238명중 단 47명만 생존
전주·청주·마산 등 지역연대 한뜻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화로’.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은 수년째 일본 대사관을 응시한 채 앉아 있었다. 소녀상은 지난 2011년 12월 14일 역사적인 1천 번째 수요집회가 열리던 날 세워진 위안부의 상징으로, 이날도 1천여명의 시민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토록 많은 시민, 아니 전 세계인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기까지,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 해방과 함께 온 국민이 감격을 누릴 때도 위안부 할머니들은 철저히 짓눌려야 했다. 일본군에게 성노예로 유린당했다는 그 치욕스런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탓이다.

그 사이 한일협정이 이뤄졌다. 이후 일본은 마치 모든 보상이 끝난 듯 혹은 역사를 부정하고 철저히 왜곡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며 뛰어온 단체가 있다. 바로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다. 정대협은 26년째 위안부 할머니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진상규명 및 할머니들의 생활안정, 의료 등 복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뛰었고, 위안부의 실상을 해외 각국에 알리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

특히 정대협은 매주 수요일 ‘수요집회’를 열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된 수요집회는 23년 동안 꾸준히 개최됐다. 벌써 1천190번째다. 단일 주제로 열리는 집회로는 세계 최장 기간 집회로, 매번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고 있다.

이날도 정대협은 무더운 날씨 속에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 두 분을 모시고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라’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대협 등은 성명서를 내고 “광복 70주년이자 한일국교정상화 50년, 일본 정부는 국내외 소녀상을 철거하고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보증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아베 담화를 앞두고 ‘고노 담화(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담화)’를 부정하고 있다. 역사는 지울 수 없다. 진실한 반성이 없고 책임을 지지 않는 일본 정부는 세계의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물론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위안부 문제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집회에 함께한 할머니 두 분의 외침도, 담화를 앞둔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자유 발언대에 나선 황도연(분당고 2) 학생은 “전쟁 상황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철저히 유린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며 “언제나 논란이 됐다 금세 잠잠해지는 위안부 문제, 광복 70주년에는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독일에서 온 사라(19·여)씨는 “전범 국가인 독일 국민으로서 아시아의 전쟁 피해에 대해 알고 싶어 나왔다”며 “과거를 통해 미래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복 70년, 광복절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정부에 등록된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단 47명만이 생존한 상황이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며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가 전북 전주, 광주광역시, 충북 청주, 강원 원주, 경남 창원 마산 등에 세워지며 각지에서 연대 집회를 열게 된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상·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