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시집 제목이 ‘해바라기는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다’지만 그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선글라스도 끼지 않은 맨눈으로 해와 눈싸움을 하고 있다/ 신은 감히 태양에도 눈이 부실 줄 모르는 유일한 피조물(被造物)로 해바라기를 창조했다/ 겁 없이 태양을 쫓아 눈싸움을 하고 눈총을 쏴대다가 끝내 태양을 쏴 죽이는 유일한 강자(强者)로 해바라기를 빚어 꽂았다(전후 略)’…해바라기라면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Gogh)의 해바라기 그림부터 떠올릴지 모르지만 가장 힘세고 대담하고 당돌하고 오만방자한 꽃이 해바라기다. 해가 서산에 지는 이유가 뭘까. 킬러 같은 해바라기에 쫓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해바라기를 국화(國花)로 정했는지 러시아와 페루에 묻고 싶고 the Sunflower State가 미국 캔자스 주 속칭인 까닭도 그래선지 모른다. 캔자스 주는 주화(州花)도 sunflower다.

중미가 원산인 ‘태양의 꽃’ 해바라기는 러시아와 페루에 많긴 많다. 유럽 중부와 동부, 중국 북부, 인도 등에도 흔하다. 그런데 ‘황금 꽃’이라고도 불리는 해바라기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중국의 ‘향일규(向日葵:시앙르쿠이)’를 번역한 말이 해바라기다. 葵자는 원래 ‘아욱 규’자지만 ‘해바라기 규’자로 통한다. 중국에선 ‘규화(葵花:쿠이화)’라고도 부르고 ‘규향(葵向:쿠이시앙)’이라는 말도 있다. 해바라기가 사무치도록 해를 향하고 그리듯이 마음이 쏠려 사모하는 게 ‘규향’이다. 일본의 ‘히마와리’라는 말도 중국과 같은 글자인 ‘向日葵’ ‘葵花’를 쓰고 우리말엔 ‘규화’ 외에도 향일화(向日花), 촉규화(蜀葵花)도 있다.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은 ‘빧쏠네츠니크(해바라기)’라는 말이 길어서인지 ‘솔레유, 솔레유’ 한다. soleil는 불어의 태양이다. 해바라기를 아예 ‘태양’으로 부르는 거다.

입추를 지나 어제 말복 날 본지에 뜬 해바라기 밭이 반가웠다. 양평군 지평면 무왕리 해바라기 마을이었다. 세상만사 온갖 시름 확 접어두고 거기 해바라기 밭 앞에 서 보는 건 어떨까. ‘내 사랑은 해바라기 꽃/ 당신만을 바라보면서/ 까만 밤 하얀 밤 달빛 속을 지새며…’ 전미경의 노래 ‘해바라기 꽃을 아시나요’나 흥얼거리며 거닐어 본다든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