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전몰자 추도식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82)은 ‘지난 전쟁에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아베 총리는 다르다. 종전 70년 담화에서 끝내 자신의 ‘오와비(사죄)’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두루뭉수리 얼버무린 담화를 15일 인민일보는 ‘언불유충(言不由衷)’이라고 했다. 충심에서 우러나지 않는 말, 속에 없는 소리라는 거다. 베이징의 ‘新京報’도 ‘그런 애매한 표현은 본인의 사상체계에서 나온다’고 꼬집었고 CCTV는 아베의 역사관을 가리켜 ‘개도차(開倒車:카이따오처→차를 거꾸로 모는 역주행)’라고 질타했다. 장이에수이(張業遂) 외교차관은 또 키테라(木寺昌人)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대(對) 역사태도의 엄중 착오’를 비난했다. 독일 언론의 비판도 거셌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Allgemeine) 등 주요 지는 한결같이 총리 자신의 말로 사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타이완 총통 마잉쥬(馬英九)와 북한 외교부 평가도 부정적이었고.

하지만 호주 공공방송 ABC TV는 아베 담화를 생중계, ‘그의 발언은 미래로 나가려는 일본을 성의껏 설명했다’며 긍정 평가했고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네드 프라이스(Price) 보도관도 “일본은 전후 70년의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 등 모든 나라의 모범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영국도 긍정적이었다. 2차대전 중의 수천 영국인 포로에 대한 언급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아베 독주에 실망감과 유감을 표명했고 일본 내의 반응도 엇갈렸다. 무라야마(村山富市)는 “전혀 사죄의 계승이 아니다”, 아사히신문은 ‘주어인 나(私)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의 내심은 뭘까. ‘사죄 많이 했는데 뭘 자꾸 해! 지겹고 자존심 상한다!’가 아닐까. 그는 민족책임론에서 후손들이 해방돼야 한다고 했다. 칭찬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건 인격이 덜 성숙했다는 증거다. 의학, 심리학 용어로 어택시어(ataxia)→인간실조(失調)다. 운동실조, 보행실조 같은 인간실조와 인격실조다. 말을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행위 또한 ‘실행증(失行症)’―운동신경장애와 같다. 그에게 사죄 요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낫다. 사죄 표현을 할 수 없는 구제불능의 중증 실행증이 분명하거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