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夕)에 누구냐고 물으면 입(口)으로 밝히는 게 이름이라지만 옛날엔 한 번 정해진 이름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중국에선 고성대명(高姓大名)보다 ‘존성대명(尊姓大名)’이라고 하지만 그토록 저명한 이름 외에는 개명이 흔하다. 그 첫째 이유가 출생신고 때의 오기 또는 김치국, 문동이 등 좋지 않은 뜻이거나 살인마 이름 같은 경우다. 하긴 ‘세균’ 하면 바이러스, ‘호근’은 수컷 호랑이 생식기, ‘대관’은 큰 관부터 연상케 한다. 기가 콱 막히는 이름은 김정일이다. 김일성은 일제침탈 바로 뒤 출생한 일본어 세대다. 그런데 왜 하필 아들 이름을 ‘正日’이라고 지었을까. 일본어 ‘쇼니치(正日)’는 ①죽은 지 49일 되는 날(49재날) ②죽은 지 1주기 날 ③제삿날이라는 뜻이다. ‘메이니치(命日)’와 함께 기일(忌日)이라는 뜻이고 命日은 우리말에도 있다.

부르기도 숨 가쁜 긴 이름은 어떤가. 현 카타르 국왕의 모친이자 카타르재단 이사장 이름이 ‘세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빈 압둘라 알미스네드’라지만 한국인 이름에도 ‘박하늘별님구름해님보다사랑스러우리’라는 17자 긴 이름도 있다. ‘김이하늘’ 식처럼 부모 성씨를 함께 붙인 이름도 몇 대(代)만 지나면 그런 정도로 길어질 게다. 2012년 5월 출범한 프랑스 새 내각 수반 이름이 ‘잔마르크 페로’로 알려지자 아랍계 방송들은 일제히 당혹해 했다. 그의 성씨 ‘페로’ 발음이 아랍어로는 남성 성기(Ayrault)를 뜻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인도에선 국영TV 아나운서가 느닷없는 해고를 당했다. 인도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성씨 習의 발음표기 ‘Xi’를 로마자로 착각, ‘시’가 아닌 ‘일레븐’으로 읽어버린 것이다.

우리 신세대의 고유 한글 이름들도 장차 개명 붐이 일지도 모른다. 왜? 한·중·일 하고도 중국 지배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아무리 고성대명으로 출세를 해도 그 이름 표기가 중국과 일본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뉴스는 단 한 번도 중국서 보도된 적이 없다. 솔내고(高), 이루다학교 등 교명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최근 하루 평균 430명이나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한다니 그 역시 된통 흥미로운 일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