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같기도 하고, 양같은 모양도 하고 있지만 이마에 외뿔이 있는 게 특징인 해태는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판단하는 신통함을 가진 상상의 동물이다. 해치(役辛), 신양(神羊), 식죄(識罪)로 불리기도 했다. 중국 문헌인 ‘이물지(異物志)’에는 ‘동북 변방에 있는 짐승이며, 한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데,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고, 사람이 다투는 것을 들었을 때는 옳지 않은 사람을 받는다’고 적혀 있다. 왜 국회 앞에 해태상을 세웠는지 답이 나온다.
광화문과 덕수궁에도 해태상이 있다. 이곳에 해태상을 세운 것은 두 가지의 뜻이 있다고 한다. 관악산의 화기(火氣)로 인한 화재 예방이 첫째 이유고, 또 하나는 해태가 궁으로 들어가는 부정한 벼슬아치를 보면 사정없이 물어 뜯어 정사를 돌보는 임금의 공평무사(公平無私)를 비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탐관오리가 지나가도 물어 뜯지 않고 보고만 있자 백성들은 ‘해태가 장님’이라고 비웃었다. 구전으로 전해지지만 ‘해태 눈’은 그래서 생긴 말이다.
요즘 국회의원의 ‘슈퍼 갑질’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권 청탁에 불법 개입해 거액의 돈뭉치를 타 쓰다가 적발되고, 대낮에 호텔에서 저지른 성폭행 의혹에, 자녀 취업청탁 논란까지 하는 짓이 시정잡배가 울고 갈 정도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이 18명에 이르는 등 ‘윤리 지수’도 바닥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법을 어긴 사람을 금방 알아내어 물어 죽이는 해태상 앞을 거리낌 없이 지나다녔다. 의원들의 저질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걸 보면, 국회 앞 해태가 눈만 부릅뜨고 있을 뿐, 앞을 보질 못하는 ‘해태 눈’이 아닐까.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