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에 가서 국내산인지 확인하고 고기를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 음식점에서도 '맛이 없는 걸 보니 수입산 고기인가보다'고 말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매탄동에 사는 이경옥(여·37)씨는 먹는 육류가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에 크게 괘념치 않는다고 말했다. 수입산이든 국내산이든 위생상 청결하고 값이 싸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소고기 1㎏에 일반육 3만원, 수입육 1만2천원. 돼지고기 삼겹살 1㎏에 일반육 9천원, 수입육 5천원. 비교가 되지 않는 가격이다. 육류소비가 늘어나는 현실속에서 3배나 비싼 국내산을 일부러 찾는 소비자가 많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도 무리다.

식육판매업소에서는 원산지를 표시해 구분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국내산과 수입육의 식별능력이 없다. 이에 따라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음식점에서는 음식업계 반대로 원산지표시제마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시장환경에 죽어나는 것은 축산농가뿐이다.
“가격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품질과 맛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요.”

화성시 장안면에서 소와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박모(49)씨는 축산물 수입이 개방된 현실에서 축산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별 다른 호구지책을 마련할 길이 없어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일 뿐 어떤 희망과 포부를 갖고 소·돼지를 기르는 농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외국의 값싼 축산물이 밀려오고 있다.
지난 93년 UR협상 타결로 축산물 수입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돼지고기는 97년 7월 관세율 33.4%, 닭고기는 97년 7월 관세율 30.5%, 소고기시장은 생우를 포함해 지난 2001년 1월 관세율 41.2%로 전면 개방됐다.

이에 따라 수입개방 이후 외국축산물의 수입은 폭증하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량의 경우 지난 97년 6만5천t에서 2002년 7만1천t, 닭고기는 1만8천t에서 9만7천t으로 늘었다.

소고기 역시 2001년 16만6천t에서 2002년 29만2천t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1년 4월 호주산 생우가 수입되기 시작해 현재 사육중에 있고 추가수입이 진행되고 있어 국내 축산물의 입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소고기 수입은 최근 송아지값 폭등마저 야기하고 있다. 도내 가축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5개월짜리 암송아지값은 325만원선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214만원보다 50% 이상 올랐다. 송아지값 상승은 소고기 수입개방으로 축산농가들이 암소비육을 늘리고 송아지 생산을 자제하면서 사육마릿수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보조금 감축과 관세율 인하를 요구하는 WTODDA 농산물 협상이 진행중에 있고 지난해 10월 한·칠레 FTA 체결로 협정 발효후 소고기 400t, 닭고기 2천t의 무관세 할당물량이 수입되는 한편 돼지고기는 향후 10년내 관세 균등감축 후 철폐하기로 돼있어 수입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축산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축산농가가 붕괴되는 것은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화될 것”이라며 “품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고유브랜드 개발 등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