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수리한 대강당 리모델링·유사 콘텐츠 박물관 건립
동구·연수구 무리한 계획 지적… 주민 여론수렴 우선돼야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지역 기초지자체가 여전히 보여주기식 예산낭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년 전에 수리한 멀쩡한 대강당을 리모델링하고, 이미 연간 10만명이 찾는 박물관 인근에 이와 유사한 물품이 전시되는 박물관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천시 동구는 송림 1동 주민센터 지하 1층에 4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성냥공장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동구지역은 우리나라 최초 성냥공장인 ‘조선인촌성냥주식회사’가 있었던 곳이다. 1918년 동구 금창동 지역에 문을 연 ‘조선인촌성냥주식회사’는 당시 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했을 만큼 큰 기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이 일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이 있던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성냥의 역사 등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 전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의 계획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과 콘텐츠가 중복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시립박물관 배성수 전시교육부장은 “성냥은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성냥공장 박물관을 만든다면 과거 이 지역 생활사를 보여주는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과 전시 물품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별한 고민없이 전시성으로 박물관만 찍어 내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수구는 최근 청사 지하 대강당의 영사실·준비실·분장실·부속실 음향시설을 전면 교체하면서 약 4억원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수구는 이미 지난 2012년에 1억7천만원을 들여 450개의 좌석 전체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정지열 연수구의회 의원은 “대강당에서 작은 음악회나 토크 콘서트, 각종 문화강연 등을 주로 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재정이 부족해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고,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 사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야 전시성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지방정부연구원 김회창 원장은 “임기제 구청장들은 본인의 임기 동안 치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일정 예산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동의를 받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