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류 역사상 사과 한 마디 받아내기 위해 이틀 밤 철야 협상을 벌인 기록이 있을까. 이번 남북 2대2 최고위급 협상이 마라톤협상 또는 회담이라는 게 언론 표현이지만 협의 성격의 회담이나 협상이라기보다는 상호 간 단 한 마디 ‘사과한다’와 ‘확성기 끄겠다’는 말을 도출하기 위한 담판(談判) 자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영어 매러던(marathon)을 일본에선 ‘마라손’, 중국에선 ‘마라쑹(馬拉松:마랍송)’이라 부르는 게 우습다. 중국 언론은 ‘남북이 마라톤식 고급별 대화를 거행했다(韓朝擧行 馬拉松式高級別對話)’고 보도했다. 거행했다고? 어쨌든 이틀 연속 철야 마라톤협상을 했다는 건 42.195㎞, 26마일 385야드의 마라톤 정규코스를 무시, 열 곱 스무 곱 내달린 격이고 셈이다. 먼저 철인 체력과 그 인내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고 그보다는 북측 대표들의 형편없는 인간변종(變種)과 타락이야말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똑같은 이목구비가 뚫리고 튀어나온 인간 속(屬)에다가 같은 언어의 동족이다. 그런데도, 그 숱한 도발과 도전에도 그랬지만 이 번 또한 지뢰로 두 다리와 발목을 잘라 놓고도 빈 입으로 사과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건가. 게다가 무조건 잡아떼기, 남측의 자작극이라며 상투적인 뒤집어씌우기라니! 그리고 툭하면 ‘전쟁하자는 거냐’ 윽박지르기! 지겹다 못해 이가 갈린다. 대북 이질감, 혐오감, 적대감이 도를 넘었다. 더구나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 매체는 ‘남조선 예비군의 절반이 전쟁이 두려워 도망가고 라면 등 사재기를 하는가 하면 해외 피난용 비행기 타기에 법석’이라는 거짓말까지 날조했다.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이 번만은 YS 말투처럼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야 하는 건 아닐까.

신성(神性)과 수성(獸性) 사이의 인성(人性)→인간이 인간으로서 동물과 구별되는 게 인성(인간성)이다. 인간다운 품위와 존중, 본질, 이상, 가치와 당위가 인간성의 내용이고 내포(內包)다. 그런데 북측 인간에선 그런 인간성을 보기 어렵다. 철학자 니체가 외친 인간의 비소화(卑小化), 그 극치 아닐까. 끝 모를 도발과 잡아떼기, 뒤집어씌우기의 악순환을 이번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