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에 대한 대가
온 국민이 부담하는게
남남갈등 최소화하는 방법
평화통일 논의하면서
안보부담금 도입 어떠한지
진지한 고민 필요한 때다


독일통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통일이란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토마스 셰퍼 주북한 독일대사는 통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사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평화로 가는 길을 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의 상황을 보는 시각의 차이일 것이다.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없어야 평화통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통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남갈등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 남남갈등이 없는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한 국제적 전략과 방법은 별론으로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현재 통일을 위해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통일교육지원법에는 통일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전쟁이 없는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준비 뒤에는 안보가 숨어 있다.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국가안보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국가안보 없는 통일이 가능할까? 굳건한 국가안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에 전방과 후방이 따로 있을까? 정도의 차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전방,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은 어떠할까? 경기도 포천시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실사격 훈련장이 있다. 로드리게스 사격 훈련장이다. 총탄과 포탄이 떨어지는 사고로 주민들의 안전대책이 문제 되는 곳이다. 이웃 동두천시에는 미2사단의 주력부대가 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하여 주둔하는 미군부대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우리 안보를 지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군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아들·딸들이 우리의 안보를 위해 청춘을 기꺼이 보내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청춘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분단상황에서 비롯된 국방의 의무 때문이다. 그런데 군 가산점 등은 이런저런 이유로 폐지되었다.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군부대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군부대 훈련 등으로 여러 가지 피해를 입고 있다. 포천시의 경우,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로드리게스 훈련장의 피해 때문에 중앙정부를 향해, 동두천시는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중앙정부를 향해 시위하고 있다. 포천시는 ‘사격장 주민피해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주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입법인 ‘군사시설 주변지역 지원특별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중앙정부 입장은 어떨까? 접경지역을 위해 나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지역주민들은 지원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항변하면 할 말은 없다. 그렇게 말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남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물과 공기가 소중함을 모르고 산다고들 한다. 소중함에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바로 물이다. 물로 인해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물이용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강수계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부담하였다. 지금은 4대강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이 물이용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국가안보도 마찬가지 아닐까? 소중한 안보에 대한 대가를 온 국민이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면서, 물이용 부담금과 같은 조세로서의 가칭 안보세 내지 안보부담금 도입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