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 현옹수(懸壅垂→목젖)를 퉁기고 나오는 ‘유감’ 한 마디 값어치가 그리도 대단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고 누구나 그랬을 게다. 한반도 허리가 떠나갈 듯 15일 동안 울리던 확성기 소리를 뚝 잠재운 효과쯤이야 약과다. 삐끗 남북간 전면전으로 번졌다면 그 어마어마한 전쟁 비용과 인명, 재산 피해의 합(合)이 얼마나 될까. 그걸 ‘유감’ 한 마디가 턱 막아낸 거 아닌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입 어느 쪽에서 먼저 나왔든 동시에 나왔든 그 ‘유감’ 한 마디는 대단했다. 비록 젊디젊은 배후 조종자(wirepuller)에 의해 움직인 입술이 그랬다고 쳐도 다르지 않다. 사흘 밤을 철야로 계속된 이번 남북 최고위급 협상 결산 값은 딱 ‘유감’ 한 마디였다. 남측 대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역사적인 인물로 올랐고….

‘유감(遺憾)’의 憾자는 실망과 불만을 뜻하는 ‘한할 감, 한스러울 감’자다. 따라서 ‘유감’은 ‘한스러움이 남는다, 개운치 않다’는 뜻으로 ‘유한(遺恨)’과 같은 말이다. ‘사과(謝過)’ ‘사죄(謝罪)’에는 사뭇 못 미치는 아래 단계의 미안함 표시가 ‘유감’이라는 거다. 영어의 regret(유감)과 apology(사과, 사죄)도 다르다. 중국어에도 ‘유감(遺憾:위한)’과 ‘謝過(시에꿔)’라는 말은 있지만 ‘謝過’보다는 ‘따오쳰(道歉)’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런데 기묘한 건 歉자가 ‘흉년들 겸’자라는 거다. 일본어 역시 ‘이칸(遺憾)’ 비슷한 말이 ‘잔넨(殘念)’이고 ‘사과’ ‘사죄’의 뜻으로 ‘와비(わび)’→‘오와비’라는 말을 많이 쓴다. 어쨌든 CNN은 남북이 ‘긴장 제거(defuse tensions)에 도달했다’고 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긴장 낮추기(lower tensions)에 동의했다’고 보도했고 중국 CCTV는 ‘여러 가지 협의를 달성했다(達成多項協議)’고 표현했다. 이제 북한은 사과나 사죄도 아닌 ‘유감’ 한 마디의 효험을 톡톡히 볼 참이다.

이번 ‘유감’ 도출엔 중국의 북녘 압력과 한미동맹 맹위(猛威)가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남측의 일관된 뚝심은 대단했다. 안보 국론 결집, 다수의 전역 연기 병사 등 애국심 분출,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의외의 결실 또한 다대했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