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성과를 거둔 이번 남북 최고위급 회담은 부산물이랄까 낙수(落穗) 또한 적지 않았다. 미담 가화(佳話)의 봇물이 터진 거다. 전쟁 위기에 제대를 미룬 50여 명의 애국 병사들에게 SK그룹이 ‘원한다면 우선 특별 채용을 하겠다’고 제의, 큰 감동파(波)를 던졌다. 지난번 휴전선 지뢰 폭발로 각각 양다리와 발목을 잃은 두 하사에게 5억 원씩의 격려금을 줬다는 LG그룹의 자비가 슬프고도 가슴 뻐근한 미담이었다면 SK그룹의 선처는 기쁘고도 가슴 뭉클한 인정가화가 아닐 수 없다. 다리를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를 방치하지 않은 LG였고 테니스 love game의 완승과 완패 중 단연 완승 쪽의 LG였는가 하면 SK 역시 결코 자루, 부대(sack) 따위의 준말인 SK가 아니라 Supreme Korea(최고의 한국)의 선두주자 그룹 SK가 맞다. 더구나 지난번 광복 70년 특별사면의 혜택을 입은 최태원 회장의 차녀도 해군 장교라고 했다.

또한 예식장비와 항공권 등 200만원의 위약금까지 감내하며 다음 달 12일 예정의 결혼식을 미루려 했던 병사는 육군 11사단의 김 하사라고 했다. 그 패기 넘치는 열혈 애국 병사에겐 동아일렉콤 이건수 회장이 나섰다. 그 위약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거다. 중견기업연합회 역시 전역 연기 병사들을 돕겠다고 했고…. 미담 가화 봇물도 뭉클하고 20대의 높아진 안보 의식 또한 가상하지 않은가. 국민안전처 조사 결과 20대 응답자 78.9%가 전쟁이 나면 싸우겠다고 답했다는 건 눈물겨운 일이다. 세상은 결코 메마른 인정, 퇴락한 인간성의 삭막하고 황량한 불모지가 아니다. 숨은 기부 천사, 선행 천사는 또 얼마나 많던가. 단지 날개만 없는 천사들이 무수히 이승 땅에 주민등록을 둔 채 공존해 있는 것이고 악마와 천사가 씨줄 날줄처럼 교직(交織)된 채 그렇게 얽혀 사는 거 아닌가.

‘유토피아(理想鄕)’의 반대말인 ‘디스토피아(distopia)’는 있어도 유토피아는 없다고 했던가. utopia는 그리스어로 not을 뜻하는 ou와 place를 의미하는 topos의 합성어로 ‘not+place’즉 ‘아무 데도 없다(nowhere)’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가 다름 아닌 utopia(now here)가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